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화장하는 아이들①] 남학생도 바르는 틴트…“화장은 강박 아니라 개성 표현”
-10대 화장 보편화…교사 “금지하긴 어렵다”
-학생들 “비슷해 보여도 그 안에 개성 있다”
-“美에 대한 욕구는 당연…화장 강박은 경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10대의 화장 열풍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메이크업이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색깔 있는 립밤이나 틴트, 피부 색조가 보정되는 선크림 등으로 가볍게 메이크업을 하는 남학생까지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남성 아이돌의 다양한 메이크업이 노출되면서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결과다. 유튜브에서 ‘교복 메이크업’, ‘여고생 메이크업’ 등으로 검색하면 수만 건, ‘남학생 메이크업’으로 검색해도 7000여 건의 영상이 나온다. 이처럼 10대에게 화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안 하면 부끄러운 것’이 됐다. 기성세대가 10대 화장을 무조건 금지하고 반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유튜브에서 ‘남학생 메이크업’을 검색하면 7200건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10대 사회에서 화장은 어느새 꼭 해야만 하는 기본값이 돼 있다고 말한다. 학교 차원에서 화장을 금지하고 있는 중학교 교사 박모(28) 씨는 “화장을 금지하고 벌점을 계속 줘도 막을 수 없더라. 아이들이 ‘화장을 안 하면 창피해서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라며 “미디어의 영향으로 외모지상주의가 심해졌다. 요즘엔 남학생들까지 틴트를 바르고 있다. 교사의 제재가 유명무실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의 청소년 화장품 사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24.2%, 중학생 52.1%, 고등학생 68.9%가 눈 화장이나 입술 화장 등의 색조 화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일 색조 화장을 한다고 밝힌 비율이 초등학생 12.1%, 중학생 42.9%, 고등학생 32.3%로 높게 나타나 극소수의 불량한 학생들만 화장한다는 기성세대의 생각은 통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화장을 허용해야한다는 고등학교 교사 박모(27) 씨는 무작정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 씨는 “화장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다른 학교에서는 교사가 사비로 클렌징 티슈를 사서 얼굴을 닦기까지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무작정 막기보단 교육을 통해 장단점을 알고 제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견해를 밝혔다.
드럭스토어에서 화장품을 테스트하는 고등학생.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학생들의 화장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어른들과 달리 학생들의 목소리는 대개 일관됐다. 화장은 개성의 표현이고 예뻐지고 싶은 욕구는 당연하다는 것.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지나치게 흰 피부, 붉은 입술, 일자 눈썹으로 획일화된 10대 화장이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부곡고등학교 안세림(18) 양은 “화장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예뻐 보이고 싶어서다”라며 “(기성세대는) 10대 화장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하지만 자기가 좋아서 선택했다면 개성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박경진(18) 양 역시 “요즘 개성 있는 사람이 매력을 인정받는다. (어른들 눈에 비슷해 보여도) 다들 각자의 개성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어른들 몰래 화장품을 돌려쓰고 확인되지 않은 저가 제품에 손을 대다 보면 피부가 망가질 수 있다며 오히려 안전한 화장품을 사주고 있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주부 윤모(42) 씨는 “친구들끼리 틴트, 마스카라를 빌려서 돌려쓰는 일도 빈번하고 로드샵에 테스터로 비치돼 수백 명이 사용했던 제품으로 풀메이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차라리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10대 화장을 두고 “타인과 관계에서 잘 보이고 싶은 욕구 자체는 나쁘게 볼 수 없다”며 “다만 화장하고 싶을 때와 하고 싶지 않을 때를 구분해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장하고 싶지 않은데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화장하고 있다면 그것은 화장 강박”이라고 평가했다. 곽 교수는 “자기 자신의 개성을 모른 채 유행을 좇아 천편일률적인 메이크업 하는 것은 스스로 아름다워질 기회와 멀어지는 것”이라며 “또래가 하니까 휩쓸려 똑같은 눈썹, 똑같은 눈화장을 하기보단 자신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방편으로 화장에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