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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화재 대참사] 안전장치 있었지만…규제 피하다 ‘참변’
-규제 강화 직전 건축허가…가연성 마감재 그대로 사용
-‘방화 지구’ 지정됐지만, 정작 화제에는 제 기능 못 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해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가연성 외장 마감재에 대한 지적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정작 피해 건물은 안전검사에서도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소방청은 지난 2015년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와 지난 6월 발생한 영국 런던 그렌펠 아파트 화재사고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가연성 외장 마감재’에 대한 대책을 지난 7월 마련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책 중 하나로 정부는 가연성 외장 마감재를 사용한 건축물들을 대상으로 화재성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 대상은 30층 이상인 전국 135개 고층 건물로 한정됐다. 예산 문제로 저층 건물에 대해서는 내년도로 평가가 미뤄진 것이다. 한 소방 관계자는 “30층 이하 건축물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평가가 확대될 예정이었다”며 “이미 예산도 요청해놓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연성 외장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는 제천 사고 현장에도 적용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불이 잘 붙는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 외장 마감재인 드라이비트는 화재에 취약해 순식간에 불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외국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곳도 있다.

특히 드라이비트 공법을 이용해 외장 마감을 하는 경우에는 빈 공간 사이로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이른바 ‘굴둑 효과’도 있어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6층 이상의 건물에 드라이비트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건축법 내 외장재 관련 조항이 시행된 2010년 12월 이전에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미 법 조항이 개정된 이후에 가연성 마감재를 사용하면서 안전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선 공사 현장에서는 오히려 건물주가 드라이비트 공법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가격이 다른 마감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데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재가 난 건물은 현행법상 ‘방화 지구’에 속해 화재 예방 시설이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화 지구’는 건축물이 좁은 골목에 밀집해 대형 화재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현행법상 방화 지구에 속한 건물은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유리와 창호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건물은 1층에서 발생한 불이 20분 만에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갈 정도로 급하게 번지는 등 안전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경찰도 순식간에 번진 화재에 대해 불법 구조변경이나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제천 스포츠센터처럼 가연성 외장 마감재를 사용한 30층 이상 건물은 전체의 6.4%에 해당하는 135동에 달한다. 이중 공동주택이 97동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제천 사고 현장과 같은 업무시설도 34동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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