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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 관련세법 ‘구멍이 숭숭’“제도권 포함시켜 양도세 물려야”
법무법인 충정 '입법규제 세미나'

“해외 주요 국가들이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려면 관련 세법 정비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충정의 안찬식(46·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는 지난 15일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의 규제 현황 및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실제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를 통한 자금 조달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과세 근거 등 관련 법제도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안 변호사는 사업자인 개인이 가상화폐 매매를 사업으로 할 경우, 매매로 인한 소득은 ‘사업소득’이기 때문에 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상화폐매매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문제는 다르다. 과세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 입법 취지상 법 개정 없이는 부과가 어렵다는 게 안 변호사의 의견이다. 기획재정부도 조만간 국세청, 블록체인(가상화폐 거래장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과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문제에 대응할 방침이다.

가상화폐 거래는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기 어려워 관련 규제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법에서 정한 유가증권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유가증권은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 등 6가지다. 실물 화폐를 지급하는 게 아닌 가상화폐는 어느 범주에도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고 관리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대표 발의했지만, 입법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법안은 가상통화거래업을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가상통화를 금융업으로 보기 곤란하다며 이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변호사는 “지난 9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국내 ICO 전면 금지 방침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ICO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가상화폐가 유가증권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서(CBOE)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되기도 했다.

정부는 가상화폐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을 개정해 △예치금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 확인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암호키 분산 보관 등 보호장치 마련 △가상화폐 매수매도 주문 가격과 주문량 공개 제시 등 일정한 요건 하에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 변호사는 가상화폐거래에 대한 정부입법 절차가 최소 6~7개월 소요되고, 유예기간을 설정할 경우 규제 효력은 더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화폐 거래 증가로 인해 법조계에서도 관련 제도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가 민법상 상속이나 증여 대상이 되는지, 이혼시 재산분할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밖에 가상화폐를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나 추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1심 법원 판결이 나와 상급심 판단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법원은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에 불과해 몰수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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