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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글로벌 항공교통강국으로 가는 길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교통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교통량은 항공교통본부 항로관제소에서 관할 공역을 비행한 항공기 관제 대수를 말한다. 총 74만여대, 하루 2,000대가 넘는 항공기가 우리 하늘길을 이용하거나 영공을 통과한 셈이다. 오전 10시대 하늘 길에는 시간당 평균 147대 항공기가 뜨면서 소위 ‘피크타임’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항공여객 1억 명이 타고 내리는 항공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반기 항공교통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공역이 이미 상당히 ‘포화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공역(空域)이란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필요에 따라 적합한 통제와 조정을 통해 안전조치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북쪽이 막혀있고 공군 훈련구역 등을 피해 항로가 제한되어 있는 반면, 항공교통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하늘 길 혼잡으로 인한 항공 지연, 안전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항공교통은 급성장 추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통계에 따르면 2035년까지 항공여객은 현재의 2배에 달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항공교통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교통관리 인프라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신설한 항공교통본부에서는 국토교통부, 한국공항공사, 공군, 기상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우리나라 항공교통 흐름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항공교통 흐름 관리’는 공항이나 항공로상 교통량 집중, 기상 악화 및 시설운영 장애 등으로 항공교통 처리능력이 떨어질 경우 이를 적기에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혼잡을 최소화하는 조치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본부에 제2항로관제소를 신설하여 운영 중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인천 제1항로관제소에서 하늘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49개 주요 항공로를 관제해 왔다.

이달 초 대구 제2항로관제소가 들어서면서 인천 제1항로관제소에서는 서쪽 공역, 대구 제2항로관제소에서는 동쪽 공역의 관제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대구 관제소에는 차세대 위성감시기능이 탑재된 첨단관제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 관제소와 상호 연동할 수 있는 체계로 구축 관리함으로써 항공교통관제의 효율성을 한 단계 높였다. 자연재해, 국제테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위기관리체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교통본부 내 들어선 항공교통통제센터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되는 기관으로, 기상 및 공항 상태 등의 항공정보를 종합해 항공기의 관제를 사전예측 조정하는 가온머리(콘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항공교통 관제사의 경험에 주로 의존해 오던 항공교통 흐름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면서 항공기 이ㆍ착륙 시간을 최적상태로 조정한다. 승객들이 탑승 후 기내에서 장시간 대기하던 불편이 줄어들게 된다. 불필요한 지상 엔진 가동과 공중체공에 따른 연료 소비와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지상항행시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재래식 항공로 구조를 위성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첨단 항공로 구조로 전환시켜 나갈 계획이다. 대국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 항행 정보시스템을 보완하고, 한~중 항로 및 한~동남아 항로의 복선화를 추진하는 한편 공항 이ㆍ착륙 절차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등 공역과 항공로 체계 정비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과거 국가의 항공운송 규모를 항공 선진국의 잣대로 보았다면, 이제는 급증하는 항공교통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관리 시스템이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반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하늘 길을 조성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물류 중심국가’를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항공교통강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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