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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서 만난 이영학 부녀, “기억이 안나”…진술 오락가락
-증인으로 재판 출석…공범의 범행 인지 두고 진술 번복
-이영학 “당시 수면제 많이 먹어서 기억이 헷갈려” 주장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딸 친구 살해 및 사체유기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학(35)이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공범 박모(35) 씨의 공판에서 오락가락한 진술을 보였다. 이 씨는 박 씨에게 “딸 친구 사체를 유기했다고 말했다”고 했다가, 나중엔 아니라고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성호)는 8일 오후 2시 30분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공범 박 씨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박 씨는 이 씨가 딸 친구인 여중생 A양을 살해한 뒤 도피할 당시 차량을 제공하고 거처를 마련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와 이 씨의 딸 이모(14) 양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공판의 핵심은 이영학이 박 씨에게 딸 친구를 죽였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사실을 알렸는지의 여부였다. 이영학이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 박 씨에게 미리 털어놨다면 박 씨는 이 씨의 범죄 행위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도운 셈이 된다. 
<사진> 딸 친구 살해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학.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영학은 재판 내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씨는 검사가 지난 10월 2일 오후 강원도 야산에 딸 친구 사체를 버린 뒤 고속도로에서 박 씨와 통화한 내용을 묻자 “딸 친구를 죽이고 성폭행하고 강원도에 버렸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공범 박 씨의 변호인이 심문할 때는 말을 바꿨다. 이영학은 “딸 친구가 내가 자살하기 위해 준비한 약을 잘못 먹어서 죽었다고만 말했다. 사체를 유기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씨의 진술 변화에 판사가 “천천히 떠오르는 기억을 있는 정확하게 그대로 대답하면 된다”고 지적하자 이 씨는 “딸 친구를 죽였고 사체를 유기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박 씨가 아니라 ‘형’이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당시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었고 머리를 다쳐서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양해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 씨의 딸 역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말머리에 마스크를 쓴 채로 등장한 이 양은 진술하는 내내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이 양은 친구 사체를 유기한 뒤 아버지가 박 씨와 통화한 내용을 묻자, 처음엔 “사체를 유기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말했지만 나중엔 통화한 사람이 누구인지 헷갈려 했다.

박 씨의 변호인이 당시 통화한 사람이 박 씨인지 삼촌(이영학형)인지 질문하자, “삼촌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같은 날 밤 강원도 정선의 한 모텔에서 박 씨를 만났을 땐 이영학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 털어놨다고 진술했다. 이 양은 이버지가 박 씨에게 “자살하려고 한 약을 친구가 먹고 죽었고 그 시체를 유기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 얘기를 들은 박 씨가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박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씨는 “친구를 어디에 버렸고 하는 이런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 “ 이영학 본인이 죽으려고 온 것이라고 하니까 후회할 짓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내내 이영학 부녀가 오락가락 진술을 하자 방청객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날 공판은 이영학 부녀가 처음 재판에서 마주한 날로 이들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됐지만 이들은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 씨 부녀는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덤덤한 모습이었다.

한편 이영학 딸의 변호인은 “이영학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형 증인은 유ㆍ무죄와 관련 없이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신문하는 증인을 의미한다. 이를 받아들인 재판부는 “오는 12일 증인 신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박 씨도 같은 날 증거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영학 부녀는 각각 다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사건을 병합해 함께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영학이 후원금 모금과 아내 폭행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점을 고려해 일단 딸에 대해서만 결심 공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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