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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성심병원 甲질 해부①]간호사가 왜 VIP 환자 발을 닦아야 하나요?
-VIP 마사지에, 정수기 물로 발 닦기 지시
-휴가 인증샷 제출에 신혼여행 도 연차사용
-병원에 문제제기도 소용없어…“죽고 싶었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1. 한림대학교 부속 춘천 성심병원 간호사 A씨는 임신 중 한 사소한 업무 실수로 수간호사에게 등짝을 맞았다. “나는 임신 때 더한 일도 당했다. 임신은 혼자 했냐”는 폭언도 들어야 했다.

#2. 같은 병원 다른 간호사는 병원에 입원한 유명 작가 B씨의 발을 ‘정수기 물’로 닦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급한 환자가 있었지만 뒤로 하고 VIP 격리 병실에 들어가 등 마사지, 다리 마사지를 해야만 했다. 당시 심경에 대해 간호사는 “죽고 싶었다”면서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한림대학교 부속 춘천 성심병원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갑질은 선정적인 춤 강요에 그치지 않았다. 5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피해 사례 자료집에 따르면, 이 병원 간호사들은 상습적인 폭언, 성희롱, 부당지시 등 각종 괴롭힘에 시달렸다.

한림대학교 부속 춘천 성심병원의 일부 간호사들은 휴가 신청을 하려면 구체적인 사유를 적고 인증샷을 첨부해야 했다. 간호사 회의록엔 휴가 일정과 사유, 인증샷 여부가 적혀있다. [사진제공=독자]

▶상습 욕설, 휴가 땐 인증샷 필수= 성심병원 간호사들은 업무 중 욕설과 인격모독적인 발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인사권을 가진 한 수간호사는 부서원에게 “미친X”이라는 등의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지어 “네 남편이 돈을 못 벌어 평생 병원을 그만 둘 수 없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일이나 하라”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법적으로 보장된 정기 휴가도 쓰기 어려웠다. 다만 수간호사는 환자가 없는 날 등 수시로 응급휴가를 가라며 강제 휴가를 보냈다. 가족 여행 사유로 휴가 신청을 할 때는 “너희들 가정은 정말 그렇게 행복하냐” 등 막말이 돌아왔다.

간호사들은 가족 경조사와 병원 행사가 겹칠 경우엔 더 힘들다. 병원을 그만 둘 각오를 해야만 가족 경조사를 챙길 수 있었다. 수간호사는 “가족 행사에 참여하려면 병원 그만두고 집에나 있으라. 나는 동생 결혼식에도 안간 사람”이라고 협박하기 일쑤였다.

일부 간호사들은 휴가지에서도 ‘인증샷’을 찍어야만 했다. 휴가를 신청할 때 구체적인 사유를 적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그 장소에 갔는지 사진으로 증명해야 했다.

결혼을 한 간호사가 미리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경조사 휴가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한 간호사는 신혼여행도 연차를 이용해서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병원 노트북을 사기 위해서 수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개인 돈 2만원씩 걷기도 했다. [사진제공=독자]

▶VIP 환자 발 닦기ㆍ마사지…병원물품도 간호사 몫= 병원 간부, 유명인 등 VIP환자가 입원하면 부당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2014년 병원에 입원한 유명 작가 A씨를 돌볼 때 ‘정수기 물로 발을 닦으라’는 지시가 대표적이다. 병원 측은 A씨 배우자가 피로함을 호소하자 병원 비품 영양제로 수액 놔주는 혜택을 줬다.

전 행정부원장의 배우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수간호사가 “사모님께 ‘녹차 우린 물’로 구강 간호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병원 내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간호사의 사비를 걷는 일도 있었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4년에 한 번 있는 병원인증평가를 위해 환자물품보관함, 약물보관함 등을 사는 데 간호사 회비를 이용했다. 수간호사는 “병원에 필요 물품을 정식 청구하면 내 마음에 드는 물품을 사기 힘들다”며 간호사 회비를 100만원 이상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병원 노트북을 사기 위해서 간호사에게 개인 돈 2만원씩 걷기도 했다.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병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직무기술서 및 자기평가’에 건의사항을 적으면 수간호사가 간호사를 불러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하곤 했다. 간호사 C씨는 “자괴감이 들고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괜히 찍혀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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