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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성적표도 나오기 전에”…‘재수선행반’ 첫날, 벌써 열공모드
-검정고시ㆍ군 제대ㆍ반수생 출신 등 다양
-뒤늦게 찾은 꿈 찾아 고된 생활 감수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말도 없어


[헤럴드경제=원호연 ㆍ김유진 기자]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종로학원은 수능 시험 이후 모처럼 활기가 돈다. 이날이 수능 이후 처음으로 수업을 시작하는 재수선행반 개강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에 재수를 결심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꿈을 위해 또 다시 힘겨운 길을 택했다.

이날은 재수선행반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동시에 반 편성 고사를 통해 1년동안 한 교실에서 공부할 동료들이 결정되는 날이다. 왁자지껄 떠들며 자기소개 하기에 바쁜 대학교의 오리엔테이션 날과는 달리 독서실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벌써부터 단어장을 펼쳐 놓고 공부를 하고, 등원 1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와서 자리를 차지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진설명=1일 재수생들의 메카 노량진에는 누구보다 수험생활을 가장 빨리 시작한 재수선행반 학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꿈을 위해 1년 동안 고된 수험생활을 마다하지 않는다. 수험생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는 재수생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지난달 수능시험을 치른 재학생이나 재수생들은 아직 대학 입시의 첫발인 수능 성적표를 받지도 않은 만큼 재수선행반에 등록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이날 재수생활을 시작한 학생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검정고시를 봤거나 이미 대학을 한참 다니거나 군대를 전역한 뒤 달라진 진로에 따라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좋지 않은 건강에 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봤다는 최희정(20) 씨는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대에 가려고 누구보다 빨리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최 양은 “원래 문과여서 수학과 과학이 더 부족하지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1년 뒤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직장생활도 1년이나 했다는 변창우(24) 씨는 “전역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로 편견에 많이 시달렸다”며 “법학과가 없어져 아쉽지만 대학에 진학해 법공부를 열심히 한뒤 로스쿨에 진학해 법조인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체육을 전공했지만 문과에 흥미를 느꼈다는 윤성환(20) 씨는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만큼 수험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들을 위해 활동심리치료사나 청소년 상담 일을 하고 싶다”며 “나이가 많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직 20대인 만큼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와 다른 재수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 앞에는 오전 7시 50분에 등교해 밤 10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고된 재수 생활이 기다린다. 심지어 토요일에도 정상수업이 있고 주말에도 의무 자율학습시간이 있다. 고된 코스지만 그걸 마다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학생이 20명이나 된다.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으로 각 50분씩 치르는 반 편성 고사 결과에 따라 이들은 5~7명씩 3~4개 반으로 나뉘어 재수생활을 시작한다.

정기수 노량진종로학원 원장은 “이날 개강한 반에는 부모 등에 의해 등떠밀려 재수를 시작한 게 아니라 자기 꿈을 위해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라며 “지난 해에도 모의고사나 가채점에 비해 실제 수능성적이 많이 오른 친구들이 많았던 반인 만큼 올해도 꿈을 이루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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