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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닥 10년만에 800선 터치] 실적·수급·정책 ‘3박자 장세’…코스닥 ‘성장과 거품 사이’
기관·외국인 매수 수급호전…정책도 우호적
제약·바이오 쏠림현상 심화에 버블논란 제기
일부선 성장성에 주목 ‘주도주 부각’ 시각도

급등 조정 후 정책수혜주 등 추가상승 가능
IT·엔터테인먼트 관련주 등으로 순환매 예상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지수가 10년만에 결국 800선을 터치했다. 실적ㆍ수급ㆍ정부정책이 힘을 모아 10년 만에 800선 시대를 열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투기심리가 반영된 최근 강세장이 향후 제약ㆍ바이오 업종의 조정국면과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서로 부딪히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이날 장 초반 800선을 터치, 2007년 11월 이후 10년 만에 신기록을 세웠다. 이달 들어서만 16% 이상 급등했다. 그 결과 올해 수익률도 코스닥(26.2%)이 코스피(25.2%)를 앞지르는 예상 외 결과도 나타났다. 


규모도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280조원으로 연초 대비 78조원(38.8%) 증가했다. 코스닥의 뒤늦은 급등에 국내 증시 전체 규모는 1927조원으로 커졌다.

투자자의 관심도 코스닥으로 쏠려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이 6조39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올해 내내 2억~3억원 수준에 머물던 거래대금이 이달 2배~3배 급증했다. 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까지 합치면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을 ‘패싱(passingㆍ건너뛰기)’ 하는 모습을 보였던 외국인도 장바구니를 열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1조157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여 시총 보유율이 13% 수준으로 점프했다. 2008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코스닥에 유리한 수급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지수의 상승추세는 셀트리온 강세로 시작됐다”며 “향후 발표될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효과로 기관투자자의 신규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 실적이 있는 계좌를 의미하는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는 지난 22일 기준 2449만개로 역대 최다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제약ㆍ바이오 버블” vs “향후 증시 주도 종목”
=긍정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제약ㆍ바이오 종목 위주의 주가 급등을 ‘거품’이라고 표현하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주가상승률 상위를 차지한 코스닥 주요 종목, 신라젠(860%), 앱클론(260%), 애니젠(123%), 퓨쳐켐(120%) 등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기업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도 신약개발이라는 이슈를 토대로 주가 급등을 나타낸 기업들이 있었지만, 개발 이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에 상응한 경우는 10분의 1 수준“이라며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확실한 진단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최근 급등을 버블이 아니라고 얘기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나방처럼 오르는 말에 올라타는 개인들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유가증권ㆍ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조7000원으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올 들어서만 40% 이상 증가했다. 교보증권 김영준 센터장도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성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시장 관심과 수급이 일시적으로 몰리고 있다”며 “일부 투기세력이 이같은 방향성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반면 제약ㆍ바이오 종목의 강세를 단순한 버블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상용화만 되면 조 단위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연구개발(R&D), 인건비 등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에서 상용화, 매출 기여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길게 소요되는 산업에 속해 명확하게 과열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다”며 “현재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우량 제조기업 중에도 최근과 같은 버블논란을 거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향후 조정 가능성은?
=이같은 갑론을박에 투자자들은 코스닥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정책의 수혜가 기대되거나 실적 개선이 가파른 업종을 중심으로 추가 상승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일부 제약ㆍ바이오 종목이 지난 22일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앞으로 나타날 단계적 조정국면의 시작”이라며 “내달 중순 이후부터 과열이 가라앚기 시작해, 내년 하반기 이후로는 새로운 증시 주도 종목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변준호 센터장 역시 “평균수명 연장과 4차 산업혁명 등 이슈로 인한 산업 자체의 성장성은 의심할 수 없지만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빨랐다는 점에서 단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제약ㆍ바이오 종목의 조정국면이 이어지는 동안 주목할 업종으로는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 등이 꼽혔다.

중기벤처기업부의 출범과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등으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보인 변준호 센터장은 “글로벌 반도체 호황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IT업종을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준 센터장은 “중국과의 외교갈등 해소에 따라 그동안 저평가됐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 등으로 수급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년 실적 전망을 내놓는 IT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ㆍ정경수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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