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포항 지진]금 가고 깨진 ‘1500년된 보경사’…문화재 복구 ‘산넘어 산’
-포항시청ㆍ문화재청 합동 현지 실태 조사
-탑 돌아가고 석축, 돌담 무너져


[헤럴드경제(포항)=김진원ㆍ김유진 기자]“그러니까 원형을 바꾸지 말라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다 떨어져 나갔는데요.”

“저기는 자연석으로 하고 여기는 이래 한다 하면 되겠습니까. 예산이 적은데 그걸로 될까요.”

2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보경사(寶鏡寺)에 포항시청 문화재 관리 실무자와 문화재청 관계자 등 6,7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를 현지 실사하기 위해 왔다.

박영경 보경사 학예연구사가 지진으로 틀어진 원진국사 승탑에 대해 22일 오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보물 제1868호로 지정된 보경사 적광전 천정과 포벽 흙 표면이 떨어져 나갔다. 대웅전 석축도 일부 붕괴됐다.

박영경 보경사 학예연구사는 “석축에 자연석이 일부 빠진 것을 다시 밀어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 돌은 힘을 받아야 하는 돌들이다. 이게 이렇게 빠졌다는 것은 힘을 못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한쪽 부분이 푹 꺼져 있다”고 말했다.

보경사에서 뒷길을 따라 10여분 간 오르면 보물 제430호 보경사 원진국사부도(승탑)이 있다. 고려시대 만들어졌다. 표면 중앙에 33엽의 연꽃무늬를 새겼다. 부도의 조성연대로서는 이례적인 형태로 꼽힌다.

박 연구사는 “구조적으로 진단을 해야 하겠지만 승탑이 놓여진 위치가 경사진 면인데 일부 틀어졌다. 탑 상륜부도 돌아갔고, 몰타르로 덧댄 부분도 떨어져 나갔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분석을 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또 지진이 나면 쓰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흥해향교 돌담이 명륜당 뒷 벽이 지난 15일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 [사진=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포항시에 따르면 관내 국가문화재를 비롯해 도유형문화재, 도민속문화재, 도문화재 자료 등 14곳의 문화재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 포항시 관내에는 국보 2점과 보물 7점, 사적 2점, 천연기념물 4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36점과 도지정 유형문화재 20점, 문화재 자료 17점 등 도지정문화재 50점, 등록문화재 2점 등 총 70점의 문화재가 분포해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흥해향교(興海鄕校)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경상북도 문화재 제87호로 지정된 흥해향교 주변 돌담은 전부 쓰러졌다. 명륜당 뒷 벽도 떨어져 나갔다.

돌담 기왓장이 떨어진 틈새로 황토가 보였다. 벽 틈새로 말린 지푸라기들 삐져 나왔다. 담에 기대어 세워진 참솔표 삽의 주황색 페인트 위로 보이는 흙가루에서 지진 이후 복구에 여력이 없음을 보여줬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실태조사 마치고 문화재청에 보고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에서 피해 복구 예산을 정해 내려주면 이에 맞게 문화재 자문위원회를 꾸려서 설계 구조부터 검토해 복구에 필요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고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거고, 문화재가 파괴된 것 보다도 주민들의 피해가 안타깝다. 하루 빨리 주민들이 삶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