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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大道無門”ㆍ“영광은 짧고 고통은 길다”…YS가 2017년 한국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헤럴드경제=김상수ㆍ이정주 기자]22일은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 호)’ 서거 2주기다. 현대사의 헤아릴 수 없는 굴곡을 온몸으로 겪어온 YS이지만, 살아있었다면 그 역시 지난 2년의 질곡엔 혀를 내둘렀으리라.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보수의 몰락, 정권교체…. 돌려 말하길 싫어하는 YS, 그였다면 참 하고픈 말도 많았으리라. YS가 생전 마지막 남긴 필담 메시지는 ‘통합과 화합’이었다. 새 정부출범 6개월, 인사 갈등과 적폐 청산 등으로 ‘협치(協治)’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시기에 YS의 흔적을 통해 2017년 대한민국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어본다. 

‘大道無門, 정도엔 거칠 게 없다’ = YS의 좌우명, ‘대도무문’은 그의 인생을 대표한다. 의원직을 제명당하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쳤던 YS였다. YS의 취임 초 지지율은 80%를 넘나들었다. 그 배경은 ‘대도무문’의 개혁 추진이었다.

‘역사 바로세우기’를 국정 핵심 과제로 걸고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특별법을 제정하고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광복 50주년을 맞아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고, 강한 반발 속에도 지방자치제도를 밀어붙였다. 한국 정치를 뒤흔든 군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YS다. 금융실명제는 한국 경제민주화의 혁명적 조치로 꼽힌다.

YS의 개혁은 한국사를 ‘YS 전(前)과 후(後)’로 나눌만한 굵직한 업적들이었다. 대도무문의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초는 YS의 당시와 비견된다. 그 어느 때보다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뜨겁고, 임기 초 지지율 역시 YS 못지않게 고공행진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라기보단 과정과 기대에 가깝다. 아직 문 대통령은 YS처럼 역사가 꼽을 만한 개혁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인 문 대통령의 개혁 추진에 가장 필요한 YS의 조언은, 흔들림없이 개혁을 완수하라는 ‘대도무문’이다. ‘개혁’이 ‘보복’이 되면 개혁 피로감으로 국민들의 열광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 YS의 인재론은 현재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YS키즈’로 증명되고 있다. YS의 흔적은 진영과 정권을 넘나든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YS를 통해 정계에 발탁됐다. 이회창 전 총재도 YS가 발굴한 인물이다. 보수진영 내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YS키즈’이며, 김무성ㆍ서청원 의원도 대표적인 ‘상도동계’ 인사다. 소위 비박, 친박의 수장이 모두 YS키즈인 셈이다.

진보진영에선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YS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YS의 비서로 정계에 들어와 ‘YS의 셋째아들’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히 보수진영에서 현 주요 정치인 대부분이 YS키즈”라며 “그런데 각자 이해관계로 갈리고 있고 있다. 통합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YS가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인재를 넓게 발탁했다는 게 YS로부터 본받을 점”이라며 “지금은 그걸 하는 정치인이 많지 않다. YS로부터 현 정치인들이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덧붙였다.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 = YS의 임기 초 80%대 고공비행 하던 지지율은 정권 말 8%대로 곤두박질쳤다.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통과 번뇌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참담한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초래한 YS가 남긴 퇴임사는 현 정부가 꼭 반면교사해야 할 말이다.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임기 초 지지율은 1997년 ‘IMF사태’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OECD에 가입한 지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업과 금융당국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서민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대규모 실업으로 경제는 물론, 정치ㆍ사회ㆍ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한국은 암흑기를 피할 수 없었다. 모든 성과와 노력이 물거품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개혁이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질 이나 경제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포퓰리즘’은 공허한 메아리이자, 달콤한 대국민 사기극일 뿐이다.

현 정부에도 예기치 못할 변수가 곳곳에 도사린다. 당장 북한부터 일촉즉발 긴장 상태다. 내년 개헌을 앞두고 있고, 여소야대 정국은 정부로선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전세계적인 돈줄죄기로 신흥국 위기가재연될 수 있다. 특히 금리인상과 맞물린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우리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유가ㆍ환율ㆍ금리 등 ‘신(新) 3고’와 중국의 약진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영광에 취하지 말고, 고통에 대비하라는 YS의 메시지는 현 정부에 특히 유효하다. 


YS 2주기, “고인의 삶 되새겨” = 이날 오후 현충원에서 열리는 2주기 추모식엔 정치권 대표 인사가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여야 정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직 대통령 추모식에 대통령 신분으로서 참석하고 있다.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에도 참석했었다.

추모식은 인사말, 추모사, 추모예배, 추모 영상 상영 및 공연, 헌화 분향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고성현 한양대 교수, 한경미 명지대 교수 등이 고인 애창곡인 ‘고향의 봄’, ‘나의 갈 길 다가도록’ 등을 부른다. 추모위원회는 “민주화 개혁을 통해 시종일관 국민과 함께했던 고인의 삶과 리더십을 되새기는 귀한 자리가 되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인사 갈등 과 적폐청산ㆍ정치보복 정쟁으로 대립과 반목이 극에 달한 여야 정치권이 YS 2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현충원에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 ‘통합과 화합’, ‘협치’의 지혜를 짜내길 바란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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