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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안전, 늑장대응보단 과잉대응이 백번 낫다
대학수학능력평가 시계가 일주일 늦어졌다. 하지만 기상청 재난문자는 빨라졌고 정부 대응은 신속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강진 발생 이후 정부 대응이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때보다 빨라졌다. 이어 대통령의 지시와 정부의 비상대응, 대학수학능력 평가 연기 결정 등 일련의 과정이 매끄러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 29분 31초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오후 2시 29분 53초에 조기경보를 통해 발표했다. 기상청은 이후 2시 35분에는 규모를 5.4로 내려 잡으며 발생 지점을 포항시 북구 북쪽 9㎞로 수정했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규모 4.3의 여진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과 수도권 등 포항에서 수백 km나 떨어진 지역에서도 빠른 지진 문자 덕분에 주민들은 지진을 느끼기도 전에 문자를 받았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기상청은 26초 만에 발표했는데, 이번에 조기 경보를 7초 가량 앞당겨 졌다고 한다. 일사천리다.

인천에 사는 강모(73) 씨는 포항 지진 당시인 15일 오후 2시 20분경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10분 뒤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이어 10초 뒤 집안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강 씨는 “문자를 본 뒤라 덜 무서웠다”고 전했다.

사실 기상청은 ‘구라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태였다.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기상청의 여론조사 결과 지진 관련 주무기관으로서 기상청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2.2%에 불과했다. ‘보통이다’ 35.2%, ‘신뢰하지 않는다’는 42.6%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재난문자가 지진보다 빨랐다”, “살면서 재난문자가 지진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처음”이라며 놀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도 신속한 재난문자 발송을 높게 평가했다.

정부의 대응도 신속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14분 뒤인 오후 2시 43분을 기해 정부세종청사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지진 발생 6시간도 채 되지 않은 오후 8시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수능시험 1주일 연기를 발표했다.

포항의 지진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여진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험생들의 안전과 시험 공정성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수능 연기를 결정한 상황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수능을 강행했다 여진 등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면 더 큰 후폭풍이 일어날 수 있을 일이다.

안전이 걸린 문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이라고 한다. 100% 동의한다.

다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예상치 못한 발표로 당황하지 않도록 정부가 수능 연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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