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땐 1만2955건 2배 이상
빠른 문자ㆍ신속 대응에 안도감
경주 지진만큼 위력적이었다는 ‘포항 지진’이지만, 발생 직후 119 신고 건수는 경주 지진 때의 신고 건수보다 훨씬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29분께 경북 포항 부근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후 약 30분이 지난 오후 3시 기준 119로 들어온 관련 신고 건수는 모두 5973건이다. 건수는 서울 1200건, 경북 1130건, 경기 797건 등 순으로 많았다.
이는 작년 9월12일 오후 8시32분 경북 경주 부근에서 규모 5.8 지진이 일어나기 전 오후 7시44분 규모 5.1 지진이 생겼을 때, 약 30분이 지난 오후 8시15분 기준 119가 접수받은 관련 신고 건수(1만2995건 이상)의 45.9% 수준이다.
두 지진 모두 도심을 강타했고 발생 직후 30분간 대개 지진계로만 탐지된다는 규모 0~2.9 안팎 여진만 이어졌다는 점에서 비슷했지만 119 신고 건수만 절반으로 ‘확’ 준 것이다.
[그래픽=연합뉴스] |
이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유관기관들의 대처가 경주지진 때보다 더 일사불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상청은 전날 지진 발생 직후인 오후 2시30분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작년 경주 지진 때는 재난문자 발송에만 발생 이후 8분 가량 걸려 상당수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행정안전부도 즉각 대비에 들어갔다. 지진 발생 13분 뒤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했다. 작년에는 이 과정까지 약 18분이 소요됐다.
행안부는 홈페이지 메인에도 즉각 ‘지진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을 띄웠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먹통’이 돼 일대 시민 불안감을 키웠던 점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유관기관의 발 빠른 대처에 포항에 있던 시민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시민들도 대부분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항 북구에 출장 중인 직장인 이모(58) 씨는 “지진 발생 직후 몸이 축구공처럼 튀어 불안했다”면서도 “정부가 작년보단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곳곳에서 들어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광고회사에 다니는 정모(28ㆍ여) 씨는 “재난문자가 지진도 오기 전에 회사 사람들 휴대폰으로 동시에 울렸다”며 “빠른 초동대처로 마음의 준비를 한 덕에 덜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에 따르면 경주 지진 이후 이 날 오전 6시 기준 119로 걸려온 신고 건수는 모두 8348건이다. 피해로는 화재 4건, 중상 1명과 경상 15명을 더한 인명피해 16건, 인명구조 129건 등 모두 149건이 접수됐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