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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소프트파워 추락-팍스시니카”…뒷말 남긴 트럼프 亞 순방
“美 헤게모니 약화 고스란히 드러나”
과거 동맹국, 탈미 세계건설에 의지
中 세계경제 선봉장 자처 급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14일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간의 순방에서 ‘선물 보따리’를 챙기는 동안 미국의 ‘소프트파워’(문화ㆍ이미지 등 무형의 경쟁력) 추락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팽개친(?) 세계 지도자 역할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처하면서, ‘팍스시니카’(중국의 세계지배)는 더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필리핀 드라살대학의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 정치학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수십년 간 유지해온 헤게모니의 약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마지막 순방국인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아세안 정상회의 회담장에서의 모습. [마닐라=AP연합뉴스]

그는 미국의 동맹국과 라이벌국 모두 트럼프의 ‘미국 우선’ 신(新)고립주의 외교정책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순방 기간에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이유로 자유무역 질서를 공격하는 행보 등이 미국을 동맹들로부터 더욱 고립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10~11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기간 미국이 눈에 띄게 고립됐다는 평가다.

APEC 정상회의는 다자 무역체제 지지와 보호무역주의 배격을 담은 선언문을 채택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정면으로 맞섰다. 또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을 공식 확인한 동맹국들이 탈(脫)미국 세계 건설에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대니얼 W. 드레즈너 교수(국제정치학)는 WP에 “태평양 지역 내 어느 나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 무역주의에 관심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에 대해서도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 상호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세계에서 선(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활동해왔으나, 강한 국가는 자신만을 돌본다고 믿는 대통령 때문에 그런 활동이 위험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소프트파워 추락은 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중국이 급속히 부상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시 주석은 APEC 연설에서 세계화를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발도상국들이 국제무역과 투자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다자간 무역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세계화를 “벗어날 수 없는 큰 바다”로 표현하면서, 중국을 세계경제질서 선봉에 세우는 작업에 주력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역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다자무역을 확대하는 데 골몰해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브릭스은행(NDB) 설립을 지원했다. 한ㆍ중ㆍ일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가하는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도 주도하고 있다.

헤이다리안 교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실질적인 경제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공세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패권 장악은 미국의 헤게모니 붕괴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자치권도 위협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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