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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지방분권 개헌의 전제조건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지방분권 개헌을 선언했다. 지난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시ㆍ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도 제도화하고,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을 헌법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정도 결의라면 개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지방분권 문제가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다. 지난 3월 이 칼럼에서 “지방분권 개헌이 답이다”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 세미나 토론에서 현행 헌법에서 단 조항만 개헌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지방분권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지방분권 개헌이 가져올 효과는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혁명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문제는 지방분권 이후의 일이다. 가장 큰 걱정은 지방정부가 자신들에게 부여된 자율성에 걸맞는 청렴함과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걱정이 그리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유능함은커녕 기본적인 청렴함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권한만 넘겨준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안이 제시되어 왔지만, 그 본질은 견제와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입법과 행정을 구분함으로써 역할분담과 상호견제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호견제와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비롯한 일부 광역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나의 정당이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독점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의 불순한 담합이 이루어져도 막을 길이 없다. 수 조원의 혈세를 날려버린 부실행정의 구조적 원인이다.

지자체 단체장의 제왕적 권력도 큰 문제다. 단체장들은 인사와 예산, 각종 인·허가에서 거의 통제받지 않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지방의원들은 보좌진 한 명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 쳐야 하는 상황이다. 열악한 지방언론에게 날카로운 비판과 감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들은 감시의 눈초리에 둘러싸인 대통령보다 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떤 비리근절 대책도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청이며 대한민국이 보다 유능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방정치의 일당독식을 차단하고 견제와 감시, 경쟁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방분권론자들이 염원하는 이상적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기 위해 적어도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량을 강화시켜 지방정부를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적 감시기제를 활성화하는 것이겠지만 역시 의회를 통한 견제와 감시가 우선이다. 광역의회의 경우 의정보좌관을 배정하고 더 많은 감시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일당독식의 구조를 약화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정당의 허용도 한 방법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참여로 지방정치의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지배정당의 의석점유율 제한도 고려해볼 만하다. 궁극적으로 지방정치가 경쟁적 구조를 갖도록 해야 한다. 경쟁의 미덕이 발휘될 때 지방분권의 진정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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