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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이케아도 쉬어야 한다?
“쉬라면 쉬어야 한다. 법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게 기업의 사명이다. 아쉬움은 이케아가 쉬지 않더라는 것,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 현장에서 이렇게 이케아를 언급했다. 이날 정 부회장의 발언은 비단 이케아를 한정 겨냥해 한 말은 아니다. 각종 규제들이 국내 유통기업에게만 향해 있고, 외국계 기업은 규제라는 덫을 피해 몸을 숨기는 ‘전반적인 불평등’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고강도 규제로 인해 사업 확장에 고전하는 사이, 이케아 등 외국계 기업들은 매장을 빠르게 확대해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올 연말부터 ‘대규모 유통업법’을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외국계와의 형평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진입을 막기위한 ‘빵집 규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동네빵집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았다. 하지만 그 취지와 무색하게 그 틈새를 비집고 외국계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또다시 동네 빵집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일부 업종에서 외국계 브랜드의 경우 현지 매장보다는 국내에 더 많은 매장이 있을 정도로 한국 유통시장은 ‘봉’으로 전락한 분위기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곳곳에 영역을 늘려 나가고 있어 위협 강도가 세지고 있다.

국산 맥주업계의 위기에도 사실상 외국계와의 차별화된 세금이 한몫하고 있다. 수입맥주는 기존 맥주와 달리 다양한 맛으로 젊은 층을 공략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현행 과세표준이 다른 점도 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국산맥주나 수입맥주 모두 주세율은 72%로 같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원가에 과세만 더한 가격에 세금을 매기지만 국산맥주는 판매관리비,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된 출고가격에 맞춰 세금을 매긴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맥주와 국내산 맥주의 판매가격이 같을 경우 붙는 세금의 차이가 최대 20%에 달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역차별이다. 이같은 논란은 한 업종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퍼져 있어 심각성이 더한다.

유통업의 일자리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4~5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 유통산업은 통상 국내총생산(GDP)의 8.3%, 고용의 14.8%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출점하면 500∼1000명, 복합쇼핑몰은 5000명 안팎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간접 고용효과는 이보다 3~4배 더 크다.

대형 유통업체 입주자의 절반 이상은 소상공인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개장한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지역주민 등 5000여명을 직접 고용했다. 또 관련 투자 및 공사 진행으로 인한 간접 고용 효과는 약 3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창출을 위해 무작정 규제를 풀어 달라고 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유통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등 일부 규제의 당위성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역차별은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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