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두 발vs두 바퀴 갈등②] 두 발로 등산객, 두 바퀴 등산객에 뿔났다
-자전거 등산족에 등산로 일대 ‘아찔’
-곳곳서 불쑥 튀어나와 안전사고 유발
-등산로 ‘두 바퀴’ 질주해도 제재 못해
-서울시 “표지판ㆍ현수막 지속 설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14일 가을을 맞아 등산 동아리원들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鞍山)을 찾은 박상현(25) 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등산로를 따라 걷던 중에 갑작스레 자전거가 튀어나와 넘어진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전거는 멀리 떠난 상태였다. 그는 왼쪽 무릎에 실금이 갔다는 진단 아래 6주 동안 깁스를 해야 하지만, 치료비는 모두 자비로 내고 있다. 박 씨는 “부상보다 화나는 건 자전거 운전자에게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발 디딜 틈 없는 가을 주말에 자전거로 산을 오르는 건 누가 봐도 민폐 아니냐”고 토로했다.

등산로를 질주하는 자전거가 등산객을 위협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길목에서 불쑥 나와 깜짝 놀라게하거나 시끄러운 경적음을 내며 무작정 돌진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무질서한 자전거를 막을 법적 근거조차 없어, 등산로가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자전거 등산객이 등산로 주변에서 자전거를 세워둔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3시 중구 예장동에 있는 남산을 가보니 등산로가 좁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산객 틈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를 타는 운전자가 심심찮게 보였다. 등산객 대부분은 모자를 쓰고 있는 데다 오르막길에서 필요 이상으로 고개를 들지 않아 자전거를 보기 힘들 때가 많았다. 이어폰을 낀 등산객, 고개를 돌린 채 대화하며 걷는 ‘무방비’ 등산객도 상당수였다.

남산 순환로로 가보니 곳곳 ‘자전거 사고 잦은 곳’이라고 쓰인 안내 표지판이 있었지만, 자전거는 시속 30~40㎞는 족히 넘을 속도로 차도와 보행도로 구분없이 내달리는 중이었다. 한 등산객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 마주오는 자전거를 가까스로 피하기도 했다. 용산구에 사는 주민 장지민(35ㆍ여) 씨는 “이 주변에 살면서 남산을 오른 지 5년이 넘었는데, 등산로를 침범하는 자전거는 줄어든 감이 없다”며 “낙산, 북악산 등 서울에 있는 대부분 산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곳들을 관리ㆍ감독해야 하는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자전거로 시내 산ㆍ공원에 있는 등산로를 누빈다고 해도 사실상 문제될 게 없다. 관련 공원법에 따라 ‘이륜 이상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를 이용하여 차도 외에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는 제한 중이지만, 자전거는 이 안에서 열외되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자전거는 동력장치가 없어 (제재 대상으로)포함시키기에 어려운 감이 있다”며 “단속요원들도 등산객을 위협할만큼 질주하는 자전거에 한해서만 계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만큼, 일단은 시내 산ㆍ공원 곳곳 등산로 위주로 자전거 운전자의 배려를 유도하는 표지판과 현수막을 두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로 인한 등산객의 민원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기관들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