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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발vs두 바퀴 갈등①] 자전거족…마라톤족…한강변 ‘위험한 동거’
-마라톤 성수기…한강공원은 갈등의 장
-자전거족ㆍ마라톤족 도로 위 기 싸움
-겸용도로라 누가 써도 법적 문제 없어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자전거가 줄 지어 다니는데 굳이 마라톤 연습을 해야 하는 지 이해가 안 갑니다.” (20대 자전거 동호회 회원)

“한강공원 대부분 길은 자전거ㆍ보행자 겸용 도로에요. 그렇다면 우선돼야 할 건 당연히 뛰는 사람 아닌가요?” (30대 마라톤 동호회 회원)

야외 운동하기 좋은 가을철이 되자 서울 한강공원에선 자전거족ㆍ마라톤족 간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야외 운동하기 좋은 가을철이 되자 서울 한강공원에서는 자전거족과 마라톤족 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헤럴드DB]

이들 모두 한 도로 위에서 운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시내 12곳 한강공원 내 차도를 뺀 나머지 약 70㎞ 도로는 모두 자전거ㆍ보행자 겸용도로다.

본부 관계자는 “도로 폭은 평균 6m로, 대부분 자전거와 보행자 간 구분선이 있긴 하나 서로 공간을 침범한다 해도 문제될 건 없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전거족과 마라톤족 모두 불만이다.

자전거족은 가뜩이나 탈 공간이 부족한데 탁 트인 한강시민공원 안에서도 ‘훼방꾼’을 마주해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낸다.

시간이 날 때마다 뚝섬 한강공원을 찾아 자전거를 즐긴다는 직장인 김인규(35) 씨는 “마라톤 연습을 한답시고 수십 명이 나란히 달릴 때가 많다”며 “페달을 밟다가도 이런 ‘길막기’를 마주하면 없던 스트레스도 쌓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마라톤이 유행이 된 듯, 매년 길목을 가로막고 뛰는 행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강공원에서 진행되는 마라톤 대회도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본부는 올해에만 마라톤대회 47개 개최를 승인했다.

대회 난립을 줄이고자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한강공원 이벤트광장~강서구 방화동 방화대교(편도 10㎞) 등 코스를 4곳으로 제한하고 매년 4~6월과 9~11월엔 한 주 토ㆍ일요일 중 하루만 열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 중이지만, 사실상 아직도 거의 주말마다 대회가 개최되고 있는 셈이다. 개최 수는 2015년(50개) 대비 3개 줄었을 뿐이다.

대회 당일 반나절 이상 주변 도로는 ‘자전거 출입금지’가 된다. 일대에 대회가 계속 열리면서 한강공원에서 뜀박질을 연습하는 마라톤족도 늘고, 이런 호응으로 다시 대회가 개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자전거족의 주장이다. 직장인 박모(29) 씨는 “주말에도 마라톤족 눈치를 보고 운동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라톤족도 할 말은 있다.

무엇보다 길이 자전거ㆍ보행자겸용도로인 만큼 자전거족만 쓸 권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평소 마라톤대회에 자주 참여하는 직장인 임동진(32) 씨는 “자전거 전용도로도 아니지 않느냐”며 “(자전거족의 주장은)자전거를 이용한 위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길막기’를 언급하기 앞서 자전거부터 권장 속도 20㎞/h에 맞춰 페달을 밟아달라는 주문도 나온다.

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 내 자전거로 인한 사고는 지난 2013~2016년 모두 663건이다. 올해에는 5월 말 기준 31건이 발생했다. 대학생 유모(23ㆍ여) 씨는 “보행자 선에 맞춰 뛰다가도 과속하는 자전거에 부딪힐 뻔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며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 보행자선으로 들어오는 자전거도 심심찮게 봤다”고 설명했다.

본부도 이런 갈등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마라톤대회를 통제할수도, 과속ㆍ음주운전을 하는 자전거족을 잡아낼 수도 없는 만큼 자전거 안전 지킴이단 등이 주도하는 ‘배려’ 캠페인을 통해 양측 간 충돌부터 중재하려고 노력 중이다.

본부 관계자는 “한강공원 내 자전거ㆍ보행자 충돌 사고가 매년 줄고 있다는 게 이들 갈등도 차츰 사그라들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충돌을 억제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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