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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우커 사라진 면세점, 속빈강정 전락
中관광객 줄었는데 9월 매출 되레 28%↑
할인혜택 넓혀준 따이공 덕…착시현상
떨이식 판매하니 수익성은 악화일로


국내 면세점들이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불구하고 8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갈아 치웠다. 주요 손님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급감했는데도, 매출이 오르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요우커는 지난 3월부터 매월 전년 동기에 비해 60%이상 급감했다.

이에 실상을 들여다보면 착시현상임을 알 수 있다. 요우커 빈자리를 채울 겸 면세점들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할인 폭을 넓혀줬고, 그 보따리상이 요우커를 대체해 물건은 많이 팔아줘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즉, 따이공이 매출 성장을 견인해줬지만, 그들에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주다보니 면세점 이익은 신통치 않게 됐고, ‘속빈강정 면세점’으로 전락한 것이다.

2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2억3226만944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11억4024만달러)을 넘어선 사상 최고액이다. 매출 비중은 외국인이 9억3121만달러로, 내국인(3억105만달러)보다 3배가량 많았다. 

금한령이 실시된 지난 3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60% 이상 급감했지만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롯데면세점 전경.

국내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요우커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출은 뜻밖에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올해 9월 외국인 이용객은 126만9914명으로 전년동월(171만592명)에 비해 25.76% 줄었지만 외국인 매출액은 오히려 전년동월(6억6647만달러)에 비해 28.43% 늘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8월 매출(8억8562만달러)은2월(8억8253만달러)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외국인 방문객 수는 2월(163만2523명)에 비해 27% 감소한 118만9768명에 그쳤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이 면세품을 대거 구매해가며 외국인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이용객은 금한령이 실시된 지난 3월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2월 163만2523명이었던 외국인 이용객은 3월(123만4611명)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 4월엔 99만8065명으로 급감했다. 이어 5월(102만4246명)부터 다시 늘었지만 6월(106만4282명), 7월(105만9556명) 등으로 정체됐다. 8월(118만9768명), 9월(126만9914명) 등외국인 이용객 수는 회복세를 탔지만, 예년과 비해선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 이용객 수는 9월(171만592명), 10월(184만6220명), 11월(151만9335명), 12월(159만5275명) 등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매출 증가 속도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되는 속도보다 기형적으로 빠르다는 점이다. 올해 2월 8억8253만달러였던 외국인 매출액은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3월에 6억6494만달러로 줄었고, 4월(5억9015만달러)은 더 감소했다. 지난 5월을 기점으로 6억5589만달러로 돌아선 외국인 매출액은 6월(6억8856만달러), 7월(6억9371만달러)에 소폭 상승하더니 8월(8억8562만달러), 9월(9억3121만달러) 등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국내 면세점들은 매출 등 외형은 유지했지만 수익성은 대폭 악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보따리상에게 제공되던 혜택은 기존에는 품목별로 5~15%의 가격 할인이었지만, 사드 보복 이후 할인율은 무려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2326억원이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97% 급감했다. 신규 면세점들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신세계면세점은 60억원,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270억원, 두타면세점은 17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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