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사상 최대 취업난 한국 청년들은 ‘정권교체’ 선택
[헤럴드경제=최정호ㆍ홍태화 기자]일본 청년은 우향우 vs 한국 청년은 좌향좌?’
아베 신조 총리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2030 표심은 우경화로 치닫는 집권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열린 우리나라의 5월 대선이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반대다.
북한의 도발과 중국을 필두로 한 국가민족주의라는 공통된 정치 흐름 속에서 가까운 거리에 마주앉은 양국 젊은이들은 정 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상반된 한일 청년층 표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주요 요인이지만, 한편으론 최근 양국의 청년 일자리 문제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
교도통신이 지난 22일 총선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18~19세 유권자 중 자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사람은 39.9%로 전체 평균 36.0%보다 높았다. 20대 역시 40.6%가 자민당을 지지했다고 답했다. 군국주의 부활을 내건 극우성향의 아배가 일본 젊은이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는 지난 10여년간 계속된 일본 교육의 영향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많았다. “잘못된 우경화 역사 교육으로 일본의 젊은이 중에서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충실히 과거사를 공부해온 주변국 젊은이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일본 진보성향 시민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심각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맞물리며 청년들의 정치적 우경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 특히 일자리 문제가 이번 총선 결과를 불러왔다는 현실적인 분석을 내놨다. 총선 직전인 지난 20일 일본에서 열린 제27차 한일재계회의는 이런 일본의 달라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21.5%라는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구직자 1사람당 평균 1.52개의 일자리가 마련된 일본의 현실이 2030의 표심을 갈랐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선거 유세 기간 “민주당 정권 시절보다 국내총생산(GDP)이 50조 엔(약 516조원)이나 늘었고 중소기업의 도산 건수도 30%나 감소했다”며 아베노믹스의 실적을 강조했고, 이는 결국 이를 체감하고 있는 20대 청년들의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지난 5월 대선에서 우리 청년들은 진보 세력에 표를 몰아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로부터 47.6%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집권 보수 세력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8.2%에 그쳤다. 젊은 개혁 보수를 자칭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13.2% 수준이었다. 둘을 합해도 표차는 두 배가 넘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진보 세력이 보수세력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10월 3째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20대의 58%는 더불어민주당을 5%는 정의당을 지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율은 각각 4%와 9%에 불과했다. ‘헬조선’인 한국과 ‘일자리 천국’ 일본의 경제 상황이 고스란히 한국과 일본 청년층 표심으로 나타난 셈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업자 수는 116만7000명에 달했다. 특히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절반에 육박하는 54만3000명에 달했다. 분기 기준 대졸 실업자가 50만 명을 넘어선 건 지난 1분기가 처음이였다. 전체 실업자가 1.2% 늘어날 동안 대졸 실업자는 9.2% 급증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경제사회시스템이 청년에게 희망을 못 주는 상황이다”며 “언젠가부터 사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됐고, 그 사이에서 청년들은 소외받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발과 국가주의 흐름이 강해지는 같은 모습의 동북아 정세 속에 마주 바라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정 반대된 정치 선택은 결국 경제, 일자리가 만들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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