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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3사보다 크다…'유통기업' 농협
유통 매출액 13조7000억 달해
하나로클럽 32개포함 매장 2530개
국산 농산물 대신 수입산 늘려
“유통산업 규제 없어…개선 필요”


농협이 지나치게 유통사업에 몰두하면서 우리농산물 장려라는 본래의 목적을 소홀히하고 있다는 지적이 2017년도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다. 이에 농협의 활동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협이 지난해 유통사업으로 거둬들인 매출은 13조7000억원에 달했다.

농협의 유통수익은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 3사보다 높았다. 같은해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11조6300억원, 롯데마트는 8조5100억원, 홈플러스는 6조6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방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들은 사실상 해당 지역에서 대형마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방의 한 하나로마트 모습. [헤럴드경제DB]

농협은 전국 각지에 25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 공식홈페이지 기준으로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대형마트 하나로클럽이 전국에 32개, 하나로마트는 2420개에 달하고, 각지역 공판장들도 78개에 이른다.

이들 농협 점포는 사실상 유통산업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국산 농산물 장려를 위해 ‘유통산업 발전법’에 예외조항을 둬 이들에게 각종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에서는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5퍼센트 이상인 대규모 점포’의 경우에는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농협을 위한 조치다. 정부는 해당 조항을 통해 국산 농산물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농협은 이를 악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 농산물 대신 수입산 판매를 늘려 해당 쿼터를 채워온 것이다.

박원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공판장 수입농산물 취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농협공판장이 취급한 수입농산물 비중은 전체 판매액의 7.3%, 해마다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수입농산물을 통한 매출액도 2846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5년간 1조1918억원 수준이다.

이는 하나로마트도 마찬가지였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하나로마트 82개소에서 수입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었다.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의 적용을 받는 농협 점포는 전국에 단 한곳, 하나로클럽 세종점이 유일하다. 수입산 농산물을 판매해온 농협공판장과 하나로마트 점포들은 모두 사실상 국산 농산물 판매를 조건으로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 특혜를 받아온 것이다.

농협은 판매하는 농산물의 일부를 수입 농산물 판매로 대체해왔고, 사실상 의무휴업을 준수하는 일선 대형마트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뿐 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하나로마트는 납품업체에게 최대 55.0%의 마진율을 적용하는 등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농협의 사업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형마트처럼 활동하고 있는 농협의 형태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방만한 운영이 인근 전통시장과 영세상권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위 의원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농협이 유통 사업 등 수익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농협은 농민들을 위한 협동조합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유통 사업 역시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농민소득 5000만 시대를 열겠다던 농협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내 공판장부터 국내농산물의 판매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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