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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피하려…수영장에서 껴안고 6시간 견딘 美 노부부
[헤럴드경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를 덮친 초대형 산불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6시간 동안 수영장 안에서 견뎌 목숨을 구한 노부부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4일 LA타임즈는 산불 발화지인 캘리포니아 북서부 소노마 카운티의 샌타로자 시에 거주하던 존 파스코(70) 씨와 부인 잔(65)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스코 씨는 지난 8일 밤(현지시각) 처음으로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 나무 타는 냄새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당국의 대피명령은 없었다. 그는 인근 산에 작은 불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

몇 시간 뒤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아빠 빨리 대피하세요.“ 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파스코 씨와 부인 잔(65) 씨는 황급히 옷가지를 챙겨 자동차로 향했다. 차를 타고 자택 문 밖을 나섰지만 도로는 불길에 휩싸여있었다.

부부는 911에 신고했다. 부인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이웃집 수영장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다시 한번 불길이 치솟았다. 부부는 이웃집 수영장 앞에서 집이 불타는 광경을 지켜봤다. 수영장 옆 나무로 불길이 옮겨붙자 부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부부는 물속으로 잠수했다가 수면 위로 나왔다를 반복했다. 초가을 수온은 낮았다. 부부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물 속에서 부둥켜안았다. 구조대를 기다렸지만 몇 시간 동안 인기척은 없었다.

날이 밝자 부부는 물 밖으로 나왔다. 6시간 남짓 흘러있었다.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부부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피신해 딸을 만날 수 있었다.

산불을 피해 수영장으로 피신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거나 다친 부부도 있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샌터로사에 거주하던 아만도 베리츠(76) 씨와 부인 카르멘(75) 씨는 지난 8일 새벽 산불을 피하기 위해 인근의 수영장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인근의 프로판 가스통이 폭발하면서 수영장 근처도 불바다가 됐다. 아만도 씨는 수영장 안에서 4시간을 버틴 뒤 밖으로 나왔지만 심한 화상을 입었다. 부인 카르멘 씨는 호흡곤란으로 숨졌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산불이 닷새 째 계속되고 있다. 사망자 수는 최소 36명으로 집계됐으며, 6000여 채의 가옥과 상가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캘리포니아 기상국은 13일 밤(현지시각)부터 또다시 강풍이 불어닥칠 것이라 예보했다. 불길이 잡히지 않고 실종자 수도 수백 명에 이르러 피해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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