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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희의 현장에서] ‘어금니 아빠’ 손에 숨진 딸 친구…경찰이 놓친 ‘세번의 순간’ 들
‘어금니 아빠’ 딸 친구 살해사건의 피해자가 가출신고 12시간 반이 지나서야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더 일찍 피의자 이영학(35)씨 집에 출동했더라면 피해자 A(14)양의 안타까운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미흡했던 것은 초기 대응 뿐만이 아니다.

12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양의 사망 시점은 실종신고 다음날인 지난 1일이다. A양의 살해 시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경찰의 대응에 따라 A양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기 실종신고가 들어왔을 때부터의 경찰의 시간대별 수사 행보와 A양의 숨진 시간을 파악하면 A양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찰이 조금만 더 빨리 이 씨 집에 갔다면 A양이 희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A양의 가출신고가 들어온 지난달 30일 밤 11시20분에서 A양이 실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날 오전 11시 53분~오후 1시44분까지 최소 12시간의 시간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가출신고가 접수된 당시 경찰은 A양이 이 씨의 딸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A양의 가출신고가 들어왔을 때 A양 부모가 A양이 마지막으로 이 양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A양 부모가 A양이 마지막으로 함께 있던 사람이 이 양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A양의 부모는 30일 오후 이 양에게 전화해 딸과 함께 있냐고 묻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직후 A양의 소재지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라도 A양의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어봤어야 했다. 이때 이 양의 존재를 파악했더라면 A양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접수 다음날인 1일 오후 9시가 돼서야 A양이 마지막으로 함께 있던 사람이 이 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다소 미흡한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약 한달 전 발생한 이 씨 아내 투신 사건까지 거슬러 가보자.

이 씨 아내 최모(32)씨는 지난달 1일 의붓시아버지(이 씨의 계부) B(59) 씨에게 2009년부터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최 씨가 남긴 유서엔 “어린 시절부터 가족 등 여러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최 씨의 시신에 폭행으로 의심되는 상처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 씨가 최 씨를 폭행했거나 자살을 방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이 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중이었다. 당연히 경찰은 피의자 이 씨의 전과기록을 살펴봤을 것이고 전과 18범이라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 씨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했다. 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딸과 격리시키는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씨는 수많은 전과기록을 갖고 있고 아내 성적 학대 및 자살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자다. 14살의 딸과 단둘이 지내기에 위험한 인물이다..

물론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경찰의 잠깐의 안일함, 약간의 판단 착오로 꽃을 피우지 못한 10대 여중생의 운명은 비극으로 끝을 맺고 말았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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