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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대표 의원외교전 워밍업…500여년前 임란직전 데자뷔?
추 대표·홍 대표 잇따라 방미길
상반된 결과물 불보듯 동일 관측
“정파적 이해보다 국익 가장 중요”

“나도 어떻게 왜군이 오지 않는다고 기필(붓을 들고 쓰기 시작함)할 수가 있습니까. 다만 황윤길의 말이 너무 지나쳐 왜놈들이 우리 사신들의 뒤를 바로 쫓아오는 것 같아 인심이 흉흉하기 때문에 이 같이 말했을 뿐입니다”

한반도 인구 절반 가량을 죽음으로 내몬 임진왜란 직전 일본을 다녀와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했던 김성일이 전란 후에 밝힌 당시 상황이다.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 직전까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권력 다툼에 골몰했던 조선시대 정치인들의 ‘어리석음’과 이로인한 민초들의 피혜가 극명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사신들에게 ‘정명가도’를 친히 언급하고, 또 넘처나던 무력을 자랑하며 ‘전쟁’을 공공연하게 알려줘도, 정쟁 앞에서는 사실에 눈을 감았고, 그 피혜는 모두 민초들에게만 돌아왔다.

다시 500여 년이 지난 2017년 10월, 한반도에 불길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의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국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시작된 한반도 위기 상황 속에서 한미, 한중 관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는’ 정치인들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음달 중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3박 5일 일정으로 방문해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및 주요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만난다. 이후에는 중국, 러시아도 방문할 계획이다.

대척점에 서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홍 대표는 한발 앞서 이달 23일 미국을 방문, 미 의회 지도자들과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관계자, 미국외교협회(CFR) 관계자 등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문가들을 연쇄 접촉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들고올 결과물이 평소 그들의 대북, 대미 전략과 동일할 것으로 확신했다. 추 대표는 ‘평화’를 앞세운 대북 대화 모색에 미국도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강조하고, 홍 대표는 한반도 전략 핵 재배치까지 포함하는 강한 대북 압박에 미국도 지지했다고 전할 것이라는 불 보듯 뻔한 추론이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 두 정치 지도자가 180도 상반된 묘사를 하는 모습이다.

두 대표에 앞서 미국을 방문했던 여야, 진보와 보수 성향 의원들이 전한 현지 분위기 설명에서도 추론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의원을 대표해 지난 9월 미국을 다녀온 윤영석 의원은 “미국 국무부의 입장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입장 변화가 없었지만,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감지됐다”며 “북핵의 실전배치에 대해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인 대안이고, 미국 정부도 변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반도에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하고 다녔다. 한국의 동의 없는 대북 선제공격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미국 국무부와 의회도 전쟁을 원하지 않고, 선제공격도 없다고 말했다”고 성과를 자랑했다. 실제 여야 의원들에게 미국이 전한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들은 정파로 나뉘어 유리한 말만 쏟아낸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의원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라면서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보고 들은 것 그대로를 국민들에게 전해야만 정치인들의 외교 활동도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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