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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0년전 대한제국 중심가로…정동으로 ‘타임머신’을 타다
-13~14일 ‘정동야행’ 개최직전 정동 둘러보니

-옛 역사현장 그대로…시민들도 기대 한가득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중구 정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지난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된 이래 황제가 제사를 지낸 환구단, 황실 도서관으로 황제 집무실도 겸한 중명전, 황제 일가가 머문 덕수궁 등 유서 깊은 건물들이 일대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당시 정동은 근대화를 받아들인 ‘1번지’로, 그때만 해도 생소했던 커피, 전등과 같은 문물들도 정동에선 자연스러웠다.

10일 오전 중구는 오는 13~14일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맞아 이곳 정동에서 개최하는 ‘정동야행’(貞洞夜行) 축제에 앞서 프레스투어를 진행했다.

주민해설사가 중명전 안 시설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흘 뒤에 펼쳐지는 이 행사에 동참하는 35곳 역사문화시설 가운데 환구단과 중명전, 덕수궁 석조전 등 ‘알짜배기’를 보며 주민해설사ㆍ일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눈 시간으로, 정동야행은 시작도 되기 전에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중이었다.

마포구에 사는 이은민(42ㆍ여) 씨는 “지난해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정동야행에 참여했었는데, 올해에도 (동창들과) 함께 축제를 즐길 예정”이라며 “그때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 지금도 웬만한 약속들은 정동 근처에서 잡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동야행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옛 숨결이 서려있는 우리 역사문화시설에서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신고전주의 기법으로 지난 1910년 완공된 후 당시 황제ㆍ황후의 침실, 거실, 욕실 등이 있는 덕수궁 석조전을 돌아보니 선선한 가을 야경에서 같은 경험을 한다면 마치 고요한 밤 아래 황제ㆍ황후가 된 듯한 기분이 들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1905년 일본에게 외교권을 박탈 당한 을사늑약 체결 장소이기도 한 중명전의 밤 풍경을 기대하는 시민도 많았다.

이 날 찾은 중명전은 을사늑약 당시 모습을 재현한 방 등 생생한 역사적 순간들로 꾸며진 상태였다. 용산구에 살고 있는 이화섭(31) 씨는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그 순간을 차분한 분위기 틈에서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덕수궁 석조전 안 황제가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하던 공간.


중구는 이번 정동야행 주제를 ‘대한제국을 품고 정동을 누비다’로 내걸었다.

야화(夜花, 정동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공연)를 중심으로 ▷야로(夜路, 정동 투어) ▷야사(夜史, 덕수궁 돌담길 체험 프로그램) ▷야설(夜設, 거리 공연) ▷야경(夜景, 정동 야간경관) ▷야식(夜食, 먹거리) 등 세부 테마로 시민에게 특별한 가을밤을 선사한다.

14일 오전에는 정동야행과 맞물려 서울시의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재현행사인 ‘대한의 시작, 그날’도 개최된다. 고종황제 즉위식과 대한제국 선포식, 환구대제, 어가행렬 등이 이어지면서 행사의 연속성을 더할 예정이다. 평소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성공회 성가수녀원, 주한 영국대사관을 거닐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이후 그간 62만명이 정동야행 행사에 참여했다는 점에 미뤄 이번에도 15~20만명 방문객이 정동에서 야경을 즐길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일정 등 궁금한 점은 구 문화관광과(02-3396-4611)로 문의하면 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정동의 멋진 가을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끽하길 바란다”며 “그러면서 잊혀진 대한제국 역사도 다시 기억해주시면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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