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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기 농민 사건’ 사과, 경찰청이 만류 파문…‘경찰 개혁’ 중대 고비
- 소송 당사자 청구인락서 제출 만류 의혹
- 개혁위원들 “책임있는 해명없으면 사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려는 경찰관들을 경찰청이 만류한 사실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경찰개혁의 향방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되고 있다. 경찰개혁위원회 다수 위원들이 경찰청 차원의 책임있는 해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현석 경찰청 법무과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개혁위 전체 회의에 출석해 “(소송 당사자들이) 사과의 의미로 청구인락(유족 측의 청구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을 할 경우 형사적 책임이 커지기 때문에 본인들에게 결정을 숙고하라고 조언한 것이지 사과를 막은 것은 아니다”고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최 법무과장은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살수차를 운용한 충청남도지방경찰청 소속 한모 경장과 최모 경장이 “백남기 농민 유족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를 막고 지난달 26일 이들이 유족이 낸 손배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인락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도 수차례 전화로 만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최 과장은 “개별적으로 사과에 나서는 것보다 조직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설득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관들의 사과를 경찰청이 만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개혁위원들이 사퇴를 불사하고 나섰다. 실제 사퇴로 이어질 경우 경찰 개혁에 힘이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8월 25일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철성 청장.

그러나 다수의 경찰개혁위원들은 “이철성 청장이 유족에게 공개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당사자인 경찰관들이 사과하는 것을 만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청 차원에서 책임있는 해명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원들은 논의 끝에 오는 11일까지 ▷이 청장의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책임있는 조처 ▷경찰 공권력의 인권 침해 사건 시 후속조처 매뉴얼 등 대책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경찰청에 요구했다.

한 개혁위원은 “책임 있는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위원들이 사퇴한다는 것이 전체 회의에서 일치되게 결정된 경찰개혁위의 입장”이라면서 “일단은 경찰청이 보내오는 조처의 내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개혁위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추석 연휴 동안 경찰개혁위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처의 내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11일 경찰개혁위원들에게 전달하기 전까지는 그 내용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당장 이 청장이 백남기 농민 사망과 이후 유족과의 갈등 과정에서 경찰 조직의 과오를 사과한 진정성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다. 백 농민 사건은 11월 초 출범할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첫 사건으로 정해질 것이 유력하다. 그만큼 경찰 개혁에 앞서 경찰이 청산해야 할 과오 중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혔다. 이 청장 역시 경찰개혁위 발족 당시와 백남기 농민 사망 1주기 두차례에 걸쳐 “백남기 농민과 가족분께 심심한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사과릐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에 따라 징계 등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유족과의 손배소에서 청구인락을 만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청장의 사과가 정권이 바뀐 뒤 ‘코드 맞추기’ 용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다수의 경찰개혁위원들이 사퇴할 경우 이 청장이 강한 의욕을 보여온 경찰개혁이 좌초되면서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 여론도 악화될 전망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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