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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이라 더 서럽다 ①] 공시족, 취준족들의 명절…휴식 아닌 알바
40만명 넘어선 청년 실업자들…상당수 아르바이트 매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 1. 취업준비생 강한빛(27) 씨는 이번 추석연휴기간 고시원 단기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9일간의 황금같은 연휴는 강 씨에겐 막막하게 다가왔다. 인근 구립 독서실이 연휴기간 내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독서실은 집안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대피처. 문을 닫는다고 하니 갈곳이 없어져 한숨부터 나왔다. 그래서 구립도서관을 알아보던 찰나,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고시원 명절 단기알바를 찾게 됐다. 숙식이 제공되고 소액의 용돈도 지급되는 조건이었다. 강씨는 “집에서 눈치 안봐도 되고, 적은 돈이지만 용돈도 벌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 2. 노무사 시험 준비생 최성민(28) 씨는 이번 연휴기간 평창 동계올림픽과 추석 선물세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올해 8월 있던 2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최 씨는 올해 더이상 시험 일정이 없다. 이에 내년도 수험비용을 모으기 위한 아르바이트다. “많이 벌면 2주에 120만원까지도 버니까요.” 그에게 추석 아르바이트는 생계비와도 같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서울의 한 고궁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최대 10일에 달하는 황금연휴기간, ‘청년 미생’들의 상당수는 휴식보다 아르바이트를 택했다. 최근 알바몬이 집계한 ‘추석’ 키워드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는 약 4000여 건, 지난 28일부터 3일간 아르바이트생 16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계획 설문조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의 31.3%가 “이번 연휴기간 일을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연휴기간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판매, 판촉업무였다. 유통업체들이 명절 특수를 맞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판촉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집하는 것이다. 판매 품목은 과일·건강 보조 식품 등 추석 선물 세트부터 가전제품·완구제품까지 다양했다.

이외에도 택배와 튁서비스, 영화관ㆍ편의점ㆍ전화 상담원 등에 있어서도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상당수는 공시족과 취준족, 취업을 희망하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생업을 찾지 못한 청춘들인 경우가 많다. 

물류센터와 유통업체 아르바이트는 단기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장 많이 찾게되는 업종이다. 명절기간 수요가 많을 뿐더러 시급도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른 지난해 실업자 수는 101만2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때와 비교했을 때 3만6000명 늘었다. 통계청이 고용통계를 정비한 2000년 이래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 25~29세 고용 적년기 청년실업자 수는 23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5000명 늘어났다. 전체 실업자 증가 폭이 3만6000명인 점을 감안했을 때 20대 후반 고용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청년 실업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은 고스란히 명절 아르바이트 족이 된다.

최근 명절 선물세트의 포장과 배송 관련 업무 아르바이트직을 채용한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채용하려고 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가 몰려 여러 차례 면접을 보는 해프닝을 치렀다”며 “워낙 지원한 사람이 많아서 채용과정에서 불합격 통보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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