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추석명절 新풍속도]“잠깐 앉았다가 가는 아들 서운하지만…딸ㆍ사위 효도에 신나죠”
-젊은 부부들, 양가 부모님 동일하게 찾아뵙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결혼한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는 박정숙(65ㆍ여) 씨는 명절 당일 아침 차례를 지낸 뒤 식사가 끝나면 처가로 가는 아들 내외를 배웅하고, 저녁시간 쯤 친정으로 오는 딸 내외를 맞이하는게 벌써 익숙해졌다. 박 씨는 “아들 내외가 좀 더 오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며느리가 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을 알기 때문에 일찍 보내주는게 맞다고 본다”며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변한 덕분에 딸 내외도 볼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 결혼한 두 아들이 있는 이경선(66ㆍ여) 씨는 명절이면 두 아들 내외를 릴레이(?)로 만나고 있다. 외동딸과 결혼한 첫째 아들이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위한 차례를 지내기 위해 처가에 먼저 가다보니 연휴 첫날과 명절 당일 집에왔다 처가에 가는 둘째 아들과 교대하듯 집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남들은 아들을 뺏긴 것 같아 서운하지 않냐고 간혹 물어보기도 하지만, 아들이 사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는게 더 자랑스럽다”며 “명절 연휴 내내 두 아들 내외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좋다”고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명절 연휴 기간 내내 ‘시월드(시댁과 월드의 합성어로 고된 시집살이를 의미하는 말)’만 열린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명절 연휴에 시댁을 가는 것과 함께 처가를 방문하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4년차 직장인 박모(33ㆍ서울 마포구) 씨는 “본가와 처가가 모두 서울에 위치해있다 보니 결혼 후 지금껏 명절 연휴가 될 때마다 날짜를 정해 동등한 비율로 양가를 방문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인식은 20~30대 부부들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휴 기간에 양쪽 부모님을 모두 찾아뵙기 힘든 부부들은 설과 추석으로 나눠 한 쪽 부모님씩 방문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양성평등주간(7월 1~7일)을 앞두고 20~30대 성인 1000명과 청소년(중2~고2) 500명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명절 때 친가와 외가를 합리적으로 방문하는 방법에 대한 2005년도 설문조사 결과와 2016년 결과를 비교하니 변화가 뚜렸했다.

성인의 경우 2005년에는 ‘시집(본가) 먼저, 친정(처가) 나중’이 69.8%로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던데 비해, 2016년에는 ‘시집(본가) 먼저, 친정(처가) 나중’이 37.6%, ‘설날 친정 또는 시집, 추석 시집 또는 친정’이 38.8%로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더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조사에서 37.8%의 청소년들은 ‘설날에는 외가, 추석에는 친가 방문’을 가장 합리적인 방문 방법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친가 먼저, 외가 나중’이란 응답도 35.2%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부모 세대들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두 아들을 둔 김모(60ㆍ여) 씨는 “스스로 지나왔던 명절들을 돌이켜보면 시댁에서 나오지 못해 항상 친정 부모님들께 죄송해하는 마음 뿐이었다”며 “아들만 둘을 가진 입장이만 며느리 입장을 생각해 보고 또 같은 부모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양가 부모님을 모두 찾아뵙거나, 또는 동일하게 모시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