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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명절, 황금연휴의 그늘] “해외여행은 커녕 찾아갈 친척도 없어요”
한부모·다문화 가정의 한숨

#1. 남편과 갈라선 후 13년 째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박모(51) 씨는 이번 ‘황금연휴’만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연휴가 긴 만큼 아이들과 어디라도 놀러 가고 싶지만 경제적인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친정을 찾아갈 예정이지만, 홀로 사시는 새어머니를 만나는 것이어서 맘조차 편하지 않다.

박 씨는 “학습지 교사 월급 170만원으론 세 식구가 살기 빠듯해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집에서 쉬면서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가는 것에 그칠 것 같다”고 말했다.

#2. 4년 째 두 자녀를 홀로 책임지고 있는 김모(46)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마음 같아선 해외 여행을 다녀오고 싶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명절이면 늘 집에서 보내곤 했던 김 씨는 그래도 이번만큼은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짧은 부산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김 씨는 “아이들이 KTX를 아직 한번도 타보지 못해서 어렵게 여행 기회를 만들었다”며 “아이들이 해외여행을 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아무 티 내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아이들이 왕래할 수 있는 친가 식구들이 없으니 쓸쓸해 한다”며 “그럴 땐 엄마로서 미안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사상 최장의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 국내 여행 등 휴가계획을 짜느라 즐거운 모습이지만, 한부모 가정 등 많은 가정들은 마냥 즐겁지는 않다. 누군가에겐 친척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기회이지만 이들에겐 가족의 빈 자리와 팍팍한 살림살이의 고단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한부모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8.6%에서 2015년 9.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열 가정 가운데 한 집에선 자녀들이 가족의 빈자리를 느낀다는 뜻이다. 다문화 한부모 가정은 추석 연휴 동안 외로움이 더하다. 만날 수 있는 친가 친척은 커녕 친정 식구들조차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5년 전 남편과 헤어진 중국인 A(49ㆍ여) 씨는 이번 연휴 동안 특별한 계획이 없다. 중국어 과외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벅차 연휴를 즐기는 것은 남의 일이다. A 씨는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집에서 조용히 보낼 것 같다”며 “아이들이 심심해할 것 같아 한강 나들이를 가고 다문화 모임이나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부모 단체에서는 이러한 가정들을 위해 명절마다 함께 음식을 만들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진다. 서울한부모회도 내달 3일 정기 추석 행사를 열 예정이다.

심명옥 서울한부모회 대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한부모 가정들에겐 긴 연휴가 반갑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명절 행사를 통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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