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황금연휴, 한숨나는 사람들②]“전 해외여행 안가니 묻지 마세요”…알바ㆍ학업 밀렸는데 ‘박탈감’
-“해외여행객 역대 최대? 있는 사람들 이야기”
-“연휴 계획이 경제적 형편 가늠…씁쓸한 현실”
-취준생 등 ‘그림의 떡’…운동ㆍ 취미 실속파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추석 때 해외여행 가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잖아요?”

서울 성동구의 직장인 이모(30ㆍ여)씨는 이번 추석연휴에 어디로 여행 갈지 묻는 주변 사람들로 괴롭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고향에 가는 것도 망설여지는 이 씨에게 해외여행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오는 2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된다고 했을 때 비행기 표를 알아봤지만 두세배 껑충 뛴 가격에 포기했다. 그는 “휴가도 긴데 왜 여행 안가냐고 물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며 “황금연휴는 있는 자들의 연휴”고 토로했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로 여행가는 사람들이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사진제공=연합뉴스]

최장 10일을 쉬는 ‘황금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연휴가 긴만큼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은 하루 최대 약 1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기에 연휴기간 전체로는 약 1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씨처럼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인 사람들이 많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56ㆍ여)씨는 추석 연휴에 여행은 커녕 쉴 수도 없다. 10일 중 7일 토요일 하루 빼고 모두 일할 예정이다. 이번 연휴기간은 남편과 아르바이트생 2명이서 오전, 오후, 야근조로 나눠 근무하기로 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안 씨는 “추석 연휴에 들뜬 표정으로 물건을 사가는 사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며 “아르바이트생을 써서라도 더 쉬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서울 목동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이 카운터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헤럴드DB]

추석 연휴에 공부를 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주변 지인들의 여행 이야기는 가슴 아픈 ‘자극제’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 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경기도 성남시의 채모(32)씨는 연휴 시작 전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외여행 준비 모습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지인들을 보며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채 씨는 “뻔히 취업 준비 중인걸 알면서도 안부 묻는 척 해외여행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얄밉다”며 “얼른 취업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들. [사진제공=연합뉴스]

긴 황금연휴는 곧 여행인 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추석을 이용해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계획 중인 사람들도 많다. 서울 종로구의 직장인 김모(27)씨는 최근 연휴를 이용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디톡스 식품을 샀다. 회사를 다니면서 잦은 회식으로 망가진 건강을 회복하는 게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성수기에 비싼 돈을 들여 여행가는 것은 여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집에서 못 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연휴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추석 연휴를 이용해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마포구의 대학생 정모(25ㆍ여)씨는 추석연휴 7일간 강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그는 7일동안 일해서 받는 약 50만원으로 연말 해외여행 경비에 보탤 예정이다. 그는 “친구들이 연휴 때 일을 한다고 하면 ‘불쌍하다’고 말할 때 가장 기분이 나쁘다”며 “추석 때 꼭 여행을 가고 쉴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추석연휴 계획이 경제적 형편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 것 같아 열등감이 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