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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위장이혼해도 1가구 1주택자 인정…세금 못 물려”
-아파트 8채 소유 부인과 서류상 이혼한 남편에 부과된 양도소득세 취소
-“위장이혼한 경우까지 비과세 혜택은 안돼” 패소판결한 1,2심 뒤집어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부부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한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물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류상 이혼을 통해 형식적인 ‘1세대 1주택자’가 된 경우에도 사실상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생긴 셈이어서 입법보완 등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모 씨가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요건인 ‘1세대 1주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의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만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씨가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혼했다거나, 이혼 후에도 부인 김모 씨와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이혼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강 씨는 아파트 양도 당시 이미 이혼한 김 씨와는 분리돼 따로 1세대를 구성하므로, 문제가 된 아파트는 비과세 대상인 ‘1세대 1주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강 씨는 아파트 8채를 보유하고 있던 부인 김 씨와 2008년 1월 이혼했다. 강 씨는 이혼한 지 8개월 만에 5년 전 자신의 명의로 구입한 서울 종로구의 아파트를 팔았고, 시세차익을 봤는데도 따로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김 씨가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라고 판단해 중과세율 60%를 적용, 양도소득세 1억 7800여만 원을 부과했다. 김 씨가 아파트 8채를 보유한 부인과 법적으로 협의 이혼하긴 했지만, 여전히 함께 동거하고 사실상의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1세대 1주택자’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강 씨가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한 세대에게 양도소득세를 물리지 않는 것은 투기목적이 없는 경우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어서, 강 씨와 같은 위장이혼 사례까지 보호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강 씨처럼 배우자 명의로 주택을 보유하고, 서류상 이혼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례를 바로잡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엄격히 용한 것”이라며 “문제점에 대해서는 입법으로 해결하거나, 과세관청이 적극적으로 이혼이 무효라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세법률주의란, 세금 부과에 관한 법률은 가급적 문구 그대로 해석을 해야 하는 원칙을 말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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