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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②] ‘내로남불’ 자치구…“네가 걸면 과태료, 내가 걸면 착한홍보”
- 서울시 불법광고물기동정비단 출범 1년간 단속 실적보니
- 전체 정비 10건 중 7건은 행정, 정당, 관변단체 등 공공물
- 불법현수막 가장 많은 구는 성동구(1328건), 최저는 서초(71건)
- 과태료 부과는 구로, 양천, 노원 順…“관용 현수막 과태료는 0”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 불법 현수막 단속의 ‘가을리그’가 시작됐다. 불법 광고물을 떼려는 단속반과, 이들 몰래 현수막을 숨겼다가 다시 내거는 게재 측의 쫓고 쫒기는 숨바꼭질이 펼쳐지고 있다. 지역축제가 많이 몰리는 9~10월이면 반복되는 행태다.

20일 서울시 불법광고물기동정비단의 지난 1년간 불법 현수막 단속 실적을 보면 정비 10건 중 7건은 행정(구청)ㆍ정당ㆍ관변단체 등 공공이 내건 것으로 집계됐다. 10건중 3건만 민간이 붙인 상업용이었다.
자치구가 지역 행사나 정책을 알리기 위해 불법으로 내건 현수막들. [사진제공=서울시]

정비단이 출범 뒤 단속을 시작한 지난해 9월부터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정비건수는 모두 9320건으로, 이 가운데 6189(66.4%)건이 정책 홍보나 집회 안내 등 관에서 게재한 것들이다. 각종 상업용은 그 절반 수준인 3131건(33.6%)에 그쳤다.

특히 성동구에서 불법 현수막이 유독 많아 눈길을 끈다. 성동구에선 모두 1328건이 적발돼 자치구 평균(372.8건)을 3배 이상 웃돌았다. 가장 적은 서초구(71건)와 견주면 18배 많다. 이 가운데 공공용이 847건(63.7%)이다.

이어 광진구(568건), 성북구(562건), 강남구(553건), 동대문구(535건) 순으로 불법 게재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로, 전체의 90.6%(501건)가 정책홍보, 정당홍보, 관변단체 집회 안내 등이었다. 종로구(461건, 90.3%), 성북구(492건, 87.6%), 송파구(360건, 78.8%) 등도 관용이 상업용을 압도했다.

얼핏 불법 현수막이 많은 구가 과태료도 많이 부과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성동구가 올들어 5월까지 5개월간 불법 현수막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762건, 과태료는 7억6300만원으로 상위 5번째로 밀린다.


불법 현수막이 두번째, 세번째로 많은 광진구와 성북구의 과태료 부과 건수는 각각 21건(3300만원), 47건(3900만원)에 그쳐 하위에서 1위, 4위를 차지했다.

과태료 부과 권한은 오롯이 구청장에게 있다. 불법 현수막이 많은데도 과태료 부과 건수가 적은 것은 구청장이 그만큼 불법 광고물에 관대하고 안이하게 대했거나 구청 스스로 불법을 자주 자행했다는 뜻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가 공공용 불법 현수막에 과태료를 처분한 건 거의 ‘0’이라고 봐야한다”며 “정당용 현수막도 집회나 행사 당일 안내에 대해서만 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나머지는 불법인데, 구청장이 정당 눈치를 봐 법대로 처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과태료 처분 1위 구로구는 2503건에 대해 모두 13억4400만원의 ‘철퇴’를 내렸다. 구로구에 이어 양천구(1192건), 노원구(997건), 강북구(874건) 순으로 과태료 부과 건수가 많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강서구가 모두 16억2600만원(737건)을 부과해 최고를 기록했다. 25개 자치구 전체 부과건수는 1만1298건, 과태료 금액은 86억8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구청장이 지정한 게시대 게시는 합법이지만, 그 외에는 도시미관 저해 등을 이유로 법 위반이다. 자치구가 불법 현수막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쉽고 저렴한 방법으로 정책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성동구 관계자는 불법현수막 1위 기록에 대해 “금호동, 옥수동의 지역주택조합, 성수동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등 지역 내 정비사업이 유달리 많은데 단속 인력은 한계가 있어서”라며 “다음달부터 경찰서와 합동 점검을 벌여 붙이는 사람까지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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