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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아가 박복자 캐릭터를 해석한 방식
-“부잣집에서 외롭게 자란 은규는 또 다른 복자”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선아는 작품이 많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를 맡으면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해석해낸다. 그래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 등 인생캐릭터를 만들어내곤 했다. ‘품위있는 그녀’에서도 박복자 캐릭터의 서사를 그려내며 시청자를 몰입하게했다.

“대본을 받고 흥미로운 캐릭터라 생각했다. 도전하고는 싶은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박복자의 과거가 밝혀지지 않은 4부 정도까지 어린 시절의 설명이 없었던 때에는 왜 박복자가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 잘 몰랐다. 며칠 지나 김윤철 감독과 만나 그 부분을 얘기했다.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자기 스타일이 있는 배우여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쉽지 않지만 일단 결정 하고나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저는 캐릭터를 잡는다기 보다는 복자의 삶에 접근했다. 제 연기 선생이랑 한달간 대본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접근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왕비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기도 했다. 친구라고는 거울만 있었을 것이고,거울과 얘기하는 게 습관이었다. 거울에게 누가 예쁘냐고 물어보자 백설공주라고 하니까 그게 누군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연기선생과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해가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복자 이야기가 나오자 김선아의 설명이 길어졌다.

“복자는 그렇게 독한 사람은 못된다. 항상 외로웠다. 마론 인형 하나 못가져 종이 인형을 오리는 친구, 자기 것이 없는 친구다. 사랑이 부족해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친구다. 자기를 조금이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친구다. 안태동(김용건)이 복자가 원하는 건 돈이라고 했지만, ‘믿음’이나 ‘아빠’ ‘친구’일 수도 있다. 메이드 시절 “행복하세요”라고 김희선이 남긴 마지막 쪽지 하나에 감동하는 친구다. 이는 당이 떨어져 위급한 순간에 모르는 사람이 건넨 초콜릿 같은 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품위가 무엇인지를 묻는 게 이 드라마라고 한다. ‘품위녀’에서 복자를 죽인 범인은 김용건 맏손자이자 안재구(한재영)와 박주미(서정연)의 아들인 은규다.

“은규 엄마는 남의 마음을 잘 꿰뚫는 심리학 교수인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자기 아들은 잘 모른다. 이 부분은 매우 상징적이다. 부잣집에서 외롭게 자란 은규는 또 다른 복자다.부모는 있지만 혼자만 있고 비 맞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안다. 남들은 밖에 나가 놀고 있는데, 은규는 가상인물과 대화한다.”

김선아는 복자에 대한 연민이 생겨서인지는 몰라도 복자 캐릭터의 대변자 같았다.

“복자는 정신적으로 성장을 제대로 못했다. 10살 소녀에서 멈추었다. 반면 우아진(김희선)의 딸 안지후는 그림을 그리는 등 항상 꿈을 꾸고 있다. 복자는 인도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 돈도 그만큼 많이 챙겼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않나. 왜 다시 그 집으로 돌아왔을까.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니다.”

김선아는 이번 드라마에서 많은 걸 해봤다. 풍숙정 주인의 얼굴에 총각김치로 싸대기를 날려봤고, 자신을 향해 총을 겨루는 안재구에게 “총 쏘니? 쏴쏴. 못 쏘면 바보 되는 거 알지”라고 말할 정도였다. 김선아는 “복자가 성격이나 말투가 계속 달라진다. 환경 자체가 계속 바뀌니까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선아는 만약 안재구 같은 사람이 실제 아빠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했다. 불륜을 범한 김희선의 남편 안재석(정상훈)은 마지막 회에 칼로 요리하는 여성에게 설레인다. 이 장면을 보고 “남자들, 아니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선아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람은 시각과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정신적 성숙도도 다르다. 표현방법도 다르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과 대화하게 돼있다. 복자에게 그 사람은 박주미가 아닌 우아진이었다.

“완벽한 진짜도 없고, 완벽한 가짜도 없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도 어떤 게 진짜고, 가짜인지를 생각해봤다. 진짜가 있나? 모두 껍데기인가? 복자는 돈이 있으면 행복할 줄 았는데, 마지막에 결국 우아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고마워 하며 무너진다. 그것 하나밖에 없다. 어렸을 때 그런 게 있었다면 복자의 삶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너무 사소한 일이 이런 큰 계기가 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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