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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업계, ‘바이오벤처 투자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유한양행, 10여개 바이오벤처에 1300억원 투자
-녹십자 역시 10여곳에 200억원 이상 투자해
-중견제약사들도 바이오벤처 및 펀드에 투자
-가장 효율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평가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제약업계가 신규 먹거리로 바이오벤처를 지목하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오벤처를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을 발굴함과 동시에 투자한 벤처가 성과를 보일 경우 투자금까지 몇 배로 불릴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은 벤처 투자에 무분별하게 뛰어들 경우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할 수 있어 바이오벤처에 대한 이해와 벤처 기업의 옥석을 구별할 수 있는 선구안이 필요해 보인다.


▶유한양행ㆍ녹십자, 바이오벤처 10여곳에 투자=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은 바이오벤처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제약사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1년 ‘엔솔바이오 사이언스’에 신약개발을 위한 45억원을 시작으로 벤처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2012년 유전체 분석기업 ‘테라젠이텍스’에 200억원, 2015년 바이오 분자진단 기업 ‘바이오니아’에 100억원과 항체융합단백질 및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제넥신’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해에는 미국 항체 신약 전문기업 ‘소렌토’와 조인트벤처 ‘이뮨온시아’를 설립하고 12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며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올 해엔 동물약품 기업 ‘바이오포아’와 치과 의료기기 업체인 ‘워렌텍’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특히 2015년 이후 10건이 넘는 벤처 투자를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와 R&D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지속성장을 위해 바이오벤처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제노스코사로부터 기술 도입한 3세대 EGFR억제제 ‘YH25448’가 전임상 연구를 완료하고 임상 연구계획 승인을 받는 등 하나 둘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한양행이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1300억원으로 파악된다.

업계 2위 녹십자 역시 바이오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있다. 녹십자의 2017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녹십자는 현재 5개사에 107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면역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리더스’에 26억원, 미국 항암제 개발 기업 ‘아르고스’에 45억원, 감염병 예방백신 개발 기업 ‘유바이오로직스’에 12억원 등을 투자하고 있다.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는 7개사에 153억원을 투자 중이다.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및 치료백신 연구개발 기업 ‘제넥신’에 20억원,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업 ‘천랩’에 20억원, 미국 유전체 분석 기업 ‘사이프롬’에 47억원 등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 계열사가 투자한 바이오벤처는 총 12곳이며 금액으론 260억원에 이른다.

녹십자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 화두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한 방법으로 바이오벤처 투자가 주목을 받으며 점차 투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제약사로선 자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벤처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전략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매력 깨달은 중견제약사들=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상위제약사 위주로 이뤄지던 것에서 최근엔 중견제약사들도 바이오벤처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은 미국 바이오벤처 ‘앤트리아바이오’에 300만달러(34억원)을 투자했다. 앤트리아바이오는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주1회 제형을 개발, 미FDA에 임상1상을 신청했다. 또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한 ‘셀리버리’에 20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한독은 현재 제넥신의 지분 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독과 제넥신은 지속형 성장호르몬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현재 미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기도 했다.

보령제약의 경우 지난 해 주식 및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바이젠셀’에 30억원을 투자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보령제약은 바이젠셀과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부광약품은 해외 바이오벤처 투자로 수익성을 냈다. 부광약품이 펀드 투자한 미 제약사 ‘콜루시드’가 글로벌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10억달러 가까운 금액에 매각되면서 100만달러를 투자한 부광약품은 410만달러를 벌어 들였다. 지난 2015년 투자한 미국 희귀의약품 개발사 ‘에이서 테라퓨틱스’도 최근 나스닥 상장사와 합병한다는 소식에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대원제약 역시 최근 바이오 전문 투자펀드인 ‘프리미어 글로벌 이노베이션 펀드’에 3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글로벌 임상까지 자체 소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것은 신약개발을 위한 후보물질도 발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벤처 투자를 통해 투자금도 몇 배 불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존 신약개발 방법보다 성공 확률을 2.5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벤처 투자는 ‘금물’…꼼꼼히 따져보는 판별법 필요=하지만 바이오벤처 투자 열품이 분다고 분위기에 편승해 준비없이 투자에 뛰어들게 되면 실패를 맛볼 수 있다. 바이오벤처 투자가 제약업계가 추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한 축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또한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해 제약ㆍ바이오 스타트업 투자사인 ‘한미벤처스’를 설립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벤처 투자에 앞서 우리 기업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그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투자자들 입에 오르 내리는 곳이라고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투자 실패로 갈 수 있다”며 “유한이나 녹십자도 여러 벤처에 분산 투자하는 이유는 모든 벤처가 다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런 투자 경험이 쌓이다보면 벤처 중 어느 곳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옥석을 구별하는 선구안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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