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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의 계절①]‘카톡’으로 날아온 청첩장…“축의금만 보내라고요?”
-‘모바일 청첩장’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애매’
-“무성의해 불쾌했다” vs “디지털 시대, 깔끔하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작은 인연으로 시작된 저희 두 사람, 이제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기쁨의 자리를 축복으로 더욱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직장인 조모(27) 씨는 최근 심기가 불편했다. 사회인이 된 후로도 연락을 이어왔던 대학 동창이 보낸 카카오톡으로 보낸 모바일 청첩장 때문이다. 모바일 청첩장이 종이 청첩장의 상당 부분을 대체한 것은 이미 익숙해진 일이지만 “바쁘니까 이걸로 대체할게, 꼭 와줘”라는 친구의 카톡 메시지가 무성의하다고 느껴졌다. 조 씨는 “그 친구가 축의금만 보내라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며 “친한 친구들에겐 몇 달 전 청첩장 모임을 열고 직접 종이 청첩장을 건넸다고 들어서 이 친구와는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400억 규모의 국내 종이 청첩장 시장이 지난해 약 15% 줄어들었지만 대체재이자 보완재인 ‘모바일 청첩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은 아직까지 상반된다. 모바일 청첩장은 제작비용이 종이 청첩장의 10~20%에 불과하고 사진과 영상 등도 넣을 수 있어 종이 청첩장의 대체ㆍ보완재로 떠오르고 있지만 얼굴을 보고 전하거나 주소를 적어 우편으로 보내는 종이 청첩장과 달리 보내는 사람의 수고가 줄어들어 ’성의 없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회사원 한모(30) 씨도 평소 친하지 않은 타 부서 직장 동료가 보내온 ‘모바일 청첩장’ 받았다. 살짝 짜증이 났다는 한 씨는 “(모바일 청첩장은) 사내 연락망이나 카톡으로 링크만 보내면 되니까 일단 뿌리고 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사 몇번 나눈 사이에 청첩장이 오면 달갑진 않지만 나 역시 축의금만 부치는 정도로 성의를 표시하면 되니까 어떻게 보면 깔끔하다”고 밝혔다.

조 씨와 한 씨처럼 ‘2030 디지털 세대’지만 모바일 청첩장을 받을 경우 친해도 안 친해도 애매하다.

반면 ‘친구 아들’, ‘거래처 딸’ 결혼식에 초대받는 경우가 많은 중장년층 일부도 모바일 청첩장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랑ㆍ신부와 친구ㆍ직장동료 등으로 1차적 관계를 맺고 있는 2030 세대와 달리 중장년층의 반응은 보다 너그러운 경우가 많다.

조카에게 모바일 청첩장만 받은 윤모(52) 씨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직계가족은 인사도 드릴 겸 직접 가는 게 맞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른 입장에서도 귀찮다. 윗사람이나 가까운 친척들은 주소를 알 수 있을 사람들에게만 종이 청첩장을 보내면 되지 않겠나”라며 “얼굴 보기 힘든 가족들인데 모바일로 웨딩사진을 같이 보내주니 좋았다”고 밝혔다.

윤 씨는 “웨딩사진과 영상을 촬영한 후 제작하다 보니까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보내주긴 했더라”면서도 “예식 날짜를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일정 조율 등의 문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듀오 결혼 컨설턴트 이재목 팀장은 모바일 청첩장이라는 형식보다 청첩장을 건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사실 모바일 청첩장 자체는 성의 없지 않다. 사진이나 영상도 넣어야하고 간단한 디자인만 고르는 종이 청첩장보다 제작 과정에서 더 정성이 들어간다”며 “그럼에도 청첩장을 전달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는 표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종이든 모바일이든 청첩장을 보내면서 전화를 걸고 사전에 결혼 소식을 알리는 등 마음을 더 쓴다면 초대받은 사람도 빌린 돈 갚듯 결혼식에 참석하는 심정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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