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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울 곳만 있다면야”…양지로 올라오는 노숙인들
도서관 등 공공시설도 ‘쉼터’로
활동반경 넓어지며 시민 불편

지난 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도서관 1층. 안을 둘러보니 쉼터 한 가운데 있는 공공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노숙인 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른 시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이동민(60) 씨는 “다른 시민들도 누려야 할 공간인데 노숙인이 공간을 계속 차지하니 좋게 보이진 않는다”며 “노숙인이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 안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머문다는 점에 대해선 조금 충격적”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30분 서울도서관 일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층에 있는 시민청도 상황은 비슷했다. 앉을 공간 상당수는 노숙인 차지였다. 대부분은 쪼그린 채 스마트폰을 통해 하릴없이 동영상을 시청했다. 직장인 변모(30) 씨는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시민청마저 노숙인의 생활공간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주로 한 장소에 몰려 은거생활을 하던 서울 노숙인의 활동 반경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다른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인다.

6일 중구에 있는 한 노숙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지하철 1ㆍ4호선 서울역, 1호선 영등포역, 2호선 충정로역 등에 주거공간을 두는 데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이들의 생활패턴은 지난 몇 년간 크게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서울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시민청 등 공공문화공간을 활동지로 적극 개척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이유로는 시민들을 위한 공공시설로 운영되는 만큼 비교적 자유롭게 상주할 수 있고 볼거리가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노숙인의 이러한 행동양식 변화에는 정치판의 분위기가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사람이 먼저’라는 진보 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노숙인을 대하는 공공시설들의 태도도 이에 따라 크게 누그러졌을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에 노숙인도 과거만큼 움츠러들지 않고 좀 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먹고 자는 시간 외엔 지하철 서울역을 빠져나와 서울도서관 등에서 생활한다는 노숙인 A 씨는 “원래는 근거지를 벗어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며 “요즘들어 확실히 공공시설들을 드나들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상당수 일반 시민들은 노숙인의 이런 모습들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 날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주부 윤소연(34) 씨는 “아이가 노숙인을 본 후로는 무섭다며 도서관 방문을 꺼린다”며 “우리 세금이 들어간 시설들이 우리 세금으로 유지되는 시설들이 단순 ‘노숙인 쉼터’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염려했다.

서울도서관과 시민청 등 시내 공공시설들도 이에 손을 놓고 있진 않다. 불편 민원이 들어오면 소속 직원들과 청원경찰들을 대동, 노숙인의 퇴거를 요청한다. 다만 출입제한과 같은 제재 수단을 걸기에는 한계가 있어, 한시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노숙인 수가 줄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라며 “행동반경이 넓은 활동적인 노숙인을 추려 심리치료, 직업교육 등을 집중 제공하는 것도 지금 시기에선 (노숙인을 줄일 수 있는)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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