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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물질 공포 ①] “정부발표…왜 이번에도 시민단체랑 다른가요?”
-식약처 “검사 신뢰하기 어렵다”
-여성환경연대 “폄하하려는 의도”
-식약처, 다음달 조사 마무리한다지만 소비자들 “불안”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두고 정부와 단체가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015년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에게 생리대 독성 시험을 의뢰했으며, 그 중 일부 결과를 올해 3월에 발표했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업체명ㆍ제품명ㆍ독성 물질 검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교수팀은 당시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ㆍ팬티라이너 5종ㆍ다회용 면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이 체온(36.5도)과 같은 환경의 20ℓ 체임버(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지 시험했으며, 모든 제품에서 독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여성환경연대의 발표로 ‘독성 생리대’에 대한 국민 불안이 계속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독성 전문가, 역학조사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 8명으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 검증위’를 꾸렸다.

주요 유통업체들이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을 판매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시험 결과에 대해 “상세한 시험방법과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검증위는 “부작용 원인으로 의심을 받는 생리대 접착제는 문제가 없다”며 “국내 주요 생리대뿐만 아니라 일본ㆍ미국 등에서 판매 중인 제품을 조사한 결과 릴리안 생리대에 사용된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 계통의 물질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면서 위험성이 낮다고 밝혔다. 생리대 접착제로 주로 사용되는 SBC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에서 ‘그룹 3’(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음)로 분류하는 성분이며, 미국에서는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식약처는 우리가 한 것과 같은 검출시험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단정 짓고 있다”며 “이는 시험을 폄하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실험을 진행한) 김만구 교수는 공신력 있는 국제인증 기관 위원”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와 여성환경연대가 검사 결과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안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미 릴리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네이버 카페의 회원 수는 2만9000명을 돌파했다. 1차 접수 때 집단소송에 참여한 회원 수는 수천명이었다. 손해배상 청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법정원은 2차 접수를 마감했다. 곧 3차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식약처는 다음 달까지 현재 국내 유통 중인 전 제품을 상대로 위해도가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을 중심으로 검출 여부와 검출량을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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