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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꽂이 잘하니 시집이나…” 예능프로그램 속 ‘성차별’ 심각
-양평원 ‘예능ㆍ오락프로그램 양성평등 모니터링’
-성차별적 프로그램, 성평등 내용보다 6배 많아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모 케이블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키 크고 날씬하고 도도한 A 여성과 키 작고 뚱뚱하고 못생긴 B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줬다. A 여성에게는 이상형이라며 호의적으로 대하고, B 여성에게는 함부로 ‘아줌마’, ‘아저씨’라고 비하하며 무시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국내 TV예능ㆍ오락프로그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적 내용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성평등 내용 담은 것보다 6배 이상 많았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예능ㆍ오락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달 1~7일까지 일주일 간 방송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3사의 예능ㆍ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방송사별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33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우선 출연자 성비와 주요 역할을 분석한 결과 남성의 출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주 진행자 역할은 더 큰 차이로 남성 비율이 높았다.

모니터링에 따르면 전체 출연자 가운데 여성비율은 38.7%(159명), 남성은 61.3%(252명)이었다. 주진행자 성비는 여성은 22.8%(13명), 남성은 77.2%(44명)로 전체 출연자 성비보다 더 큰 격차를 보였다.

예능ㆍ오락프로그램의 성차별적 내용은 총 32건으로, 성평등적 내용(5건)의 6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지상파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여성 출연자가 꽃꽂이와 요리하는 본인의 모습을 두고 “오늘 신부수업 같지 않니?”라고 말하자 “꽃꽂이에 요리까지 당장 시집가도 되겠어”라고 자막을 내보내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했다.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는 남성가수 C씨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출연자가 “C씨가 의외의 여성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는 음식물쓰레기 버리는 등 가사 노동을 여성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언급한 부적절한 사례로 지적됐다.

한편 성평등 사례로는 가상 연예인부부가 출연한 한 종편방송 프로그램에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함꼐 봉사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었다. 남성이 “너무 힘든 일은 하지마. 힘든 일은 오빠가 할게”라고 하자 여성이 “봉사하러 와서 힘든 일, 안 힘든 일이 어딨어. 여자 일, 남자 일은 없어”라고 말하며 특정 성역할을 탈피함과 동시에 여성의 주체성을 보여주었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예능ㆍ오락 프로그램 속에서 출연자들의 차별, 비하 발언은 물론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자막에서도 성차별적인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건강한 웃음을 생산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우선 힘써주기를 당부한다” 고 말했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 사례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에는 TV 광고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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