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일식이 지난 21일 미국 대륙을 관통했다. 서부 오레곤 주에서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까지 개기일식이 펼쳐진 90여분 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하늘에 집중됐다. 세계 최고 빅 매치인 슈퍼볼(Super Bowl)이 아니고서는 이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이벤트도 없다. 개기일식을 ‘태양계 슈퍼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개기일식 사진 [출처=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
엄청난 광고비로도 유명한 슈퍼볼처럼, 개기일식이 일어나자 미국 기업들도 때맞춰 ‘작전’에 들어갔다. 하늘에 쏠릴 눈을 기업 홍보에 활용하거나, 저 멀리 보던 사람들의 관심을 가까운 곳으로 다시 끌어 오려는 시도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개기일식이 지나가고 난 후 페이스북(Faceboook)은 21일 하루 동안 개기일식에 대해 글이나 사진을 올리거나 댓글을 단 사람이 6600만 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슈퍼볼이 세운 기록 6400만 명을 넘어선 수치다. 개기일식에 대해 이야기한 6600만 명은 포스팅, 공유, 댓글 등을 합쳐 2억4000만 번의 상호작용(interactives)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개기일식 수다(?)에 동참했다. 그는 오레곤 주 프린빌(Prineville)에 있는 페이스북 데이터 센터에서 찍은 개기일식 사진 세 장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그는 이 장소를 “페이스북의 첫 데이터 센터”라고 각별히 소개했다. 현재 이 게시물에 ‘좋아요’ 등 공감을 표시한 사용자는 64만 명, 공유한 사용자는 5만 명에 달한다.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도 저커버그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엘론 머스크 [출처=게티이미지] |
전기차, 태양광 패널, 우주관광 등 미래 산업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Tesla) CEO도 개기일식을 지켜보면서 한 마디를 남겼다. “모델S 유리지붕을 통해 일식을 보고 있다. 와우(Watching eclipse with sunglasses on through the Model S glass roof. Wow)!”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대표적인 전기차종인 ‘모델S’에 태양광 충전 지붕을 옵션으로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더욱 의미심장한 말이다.
테슬라 계정도 이날 제품 홍보 격의 트윗을 올렸다. “개기일식 준비(Eclipse Ready)”라는 말과 함께 테슬라의 전기저장장치 파워월(Powerwall)의 모습을 담은 게시물이 같은 날 올라왔다. 태양광 패널과 저장장치를 만드는 테슬라로서 ‘태양’과 관련된 이벤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넷플릭스가 22일 올린 트윗 [출처=넷플릭스 트위터] |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는 개기일식을 경쟁자로 인식한 듯한 재치있는 발언을 날리기도 했다. 22일 넷플릭스는 미국 트위터 계정에 “저기말야,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었는데도 왜 너희 중 10%가 커다란 가스 볼을 커다란 돌덩어리가 가리는 걸 봤는지 궁금해(Hey, just wondering why 10% of you chose to watch a giant rock cover a giant ball of gas when I HAVE ALWAYS BEEN THERE FOR YOU)”라는 말을 올렸다.
이어진 트윗에서 넷플릭스는 실제로 개기일식이 관측된 시간 동안 평소보다재생률이 10%가 떨어졌다며 “잘했어, 달아(Well played, Moon)”라는 말을 덧붙였다.
미국 라스베가스 주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출처=게티이미지] |
이외에도 많은 회사들은 흔치 않은 우주쇼를 마케팅 이벤트로 활용하며 부대효과를 누렸다. 매리어트와 힐튼 등 호텔 체인은 ‘개기일식 여행자(eclipse travelers)’를 위한 특별 패키지를 제공했고,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이날 해당 지역 예약이 7월 말에 이미 3분의 2 가량이 완료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AVIS)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워낙 큰 대륙에 일식이 지나가는 지역으로 모이려는 여행객들이 부쩍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에이비스 CEO 겸 COO 래리 드숀은 이달 초 어닝 컨퍼런스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주간에 렌탈이 늘어나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테슬라와 같이 또 다른 태양광발전 회사 선런(Sunrun)은 개기일식을 태양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선런 CEO 린 미셸 취리히는 “태양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에너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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