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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소된 한중수교 25주년 행사, 축소된 한중대화채널
-한중수교 25주년 행사, 20주년 대비 대폭 축소
-中, 한반도 비전문 ‘장관급’ 인사 파견…경색국면 우회적으로 시사
-사드 임시배치 결정 이후 韓ㆍ中 전략적 대화 대폭 축소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과의 갈등으로 24일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주최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는 축소된 양국간 대화채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외교부는 이날 주중대사관이 주최하는 한중수교 25주년 행사에 완 강(萬鋼) 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겸 과학기술부장 주빈으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완 부주석은 공산당 자문기구인 정협의 국가지도자급 인사로, 직위는 장관급보다 한 단계 높지만, 한반도 비(非)전문가다. 비(非)공산당원ㆍ공학박사 출신의 완 부주석은 현재 과학기술부장(장관)을 역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한국을 홀대하지도, 특별히 대우하지도 않는다’는 메세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고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나름대로 중국식의 무덤덤함을 표현했다”며 “아무도 안보내거나 낮게 보낼 수기 때문에 고육지책 끝에 나온 인사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완 부주석을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반도 전문가가 가면 사드문제에 대한 입장도 취해야 하니 껄끄러워질 수도, 그렇다고 급이 낮은 인사를 보내긴 그러니 전혀 관계가 없는 높은 직급의 인사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모습. 당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됐지만, 이후 양국 장관의 상대국 방문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중국측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도 대폭 축소된 모습이었다. 중국이 내세운 주빈은 현직 정부 인사가 아닌 천주(陳竺)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행사참여 인원은 양국 관계자를 모두 합쳐 100여명에 불과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장수 주중대사가 참석했다. 천 부위원장과 김 대사의 축사 직후 양국 관계자들은 만찬을 가졌고 행사는 축하공연 없이 약 1시간 30분만에 끝났다.

한중 수교기념일을 전후로 대화의 폭도 좁아졌다. 한중 양국은 통상 수교 기념일을 계기로 외교ㆍ군사ㆍ안보ㆍ경제 등의 분야에서 고위급 대화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올해 수교 25주년을 전후로 이뤄진 고위급 대화는 지난 16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 공공외교포럼이 전부였다. 양국은 국가안보실ㆍ외교ㆍ국방ㆍ국책기관 등 4대 전략대화를 약속했으나 사드 갈등으로 인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급에서의 협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중이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한중 양국정상은 수교 기념일을 전후로 상대국을 방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수교 25주년 기념일에 양국 정상과 양국 외교장관이 축전을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다. 수교 20주년 때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맞는 주년)을 맞이해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행사도 따로 개최됐다.

이날 주한중국대사관 수교 25주년 리셉션에는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이 우리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참석하는 양국 관계자는 약 500여 명이며, 행사는 리셉션과 기념식, 문화공연, 만찬 순으로 구성됐다. 외교부는 이날 행사에 완 부주석 외에도 각 부처 간부급 인사가 다수 참석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관계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양국 대사관 주최행사에 우리는 임 차관이, 중국에서는 장관급 인사가 방문함으로써 양국관계를 중시하는 분위기는 그래도 있다”며 “양국이 서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는 인식 하에 최대한에 성의를 보여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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