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양승태(69)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구현해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를 증진할 적임자”라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관련기사 4·10면
부산 출신의 김 후보자는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3년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한 뒤 판사가 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특허법원 수석부장, 서울고법 부장 등을 거쳤다.
김 후보자의 대법원장 지명은 한마디로 ‘파격’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 3·4대 조진만 전 대법원장(1961~1968년 재임) 이후 49년 만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이 된다. 법원장이 곧바로 대법원장이 되는 건 사법 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사시 12회(1970년)인 현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13년 후배다. 현 대법관 13명 가운데 그보다 기수가 높은 대법관은 9명이나 된다. 일선 고등법원에도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앞서는 부장판사들이 많다. 보수적인 법원 조직에서 서열 1순위인 대법원장 밑에 다수의 선배 기수가 자리하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회장을 했고, 지난 3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며 지금까지 사법개혁 움직임을 이끄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도 지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인권법연구회 활동에 대해 “편견이 깨진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사회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아들과 딸 모두 현직 판사로 재직 중인 ‘판사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딸(34)은 연수원 38기, 아들(31)은 42기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에게 “법원이 처한 현실이나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지 주목받는 이유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