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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조선, 中에 ‘또’ 밀렸다… LNG 이어 초대형컨선 시장까지 내줘
- 세계 최대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중국에 뺏겨
- 韓 조선사들 올들어 LNG선 이어 초대형 컨선까지 중국에 넘겨줘
- 저가 수주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중국은 3년전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을 자체 제작했지만 건조 효율성에선 아직 한국업체들과는 경쟁이 안된다.”

지난 2007년 당시 세계 최고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조선기술 격차가 10년 이상이라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로부터 꼭 10년후 현대중공업은 자신감있게 준비했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수주 경쟁에서 중국 조선사에 뒤졌다. 한국 조선업계 내에선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중국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이 올해 5월 인도한 2만1413 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OOCL HONGKONG’ 전경]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 CMA-CGM은 최근 중국 후동조선(5척)과 상해외고교조선(4척) 두곳과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에 대한 선박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 척당 가격은 1826억원(1억6000만달러)으로 총 수주 금액은 1조6434억원(14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은 CMA-CGM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근거였다. 그러나 실패했다.

수주 성패를 가른 것은 가격이었다. 중국 조선사들은 척당 1억6000만달러를, 현대중공업은 1억7500만달러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제공하는 선박금융 지원은 발주처 입장으로선 가격 잇점을 넘어서는 호재로 읽혔다.

지난 6월말에는 중국 조선사와 한국 삼성중공업이 야말프로젝트에 사용될 LNG선박 4척에 대한 수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 때도 중국 조선사는 한국 조선사를 눌렀다. 다만 당시엔 야말프로젝트에 중국 자본 30%가량이 투하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 가능했다.

이번 수주실패가 더욱 아픈 이유는 중국은 2만TEU급 이상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제작한 전례가 단 한번도 없다는 데에 있다. 어쩔 수 없이 뺏긴 LNG선박 수주전과는 달리 고부가가치 선박 가운데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 수주전에서 마저 밀린 것이다.

반면 저가 수주 보다는 수주 실패가 더 좋다는 반론도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한 9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에는 이중연료 시스템이 장착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선박 가격은 최저 구간을 잡더라도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1억7500만달러 밑으로는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고서야 1억6000만달러를 써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상징적 사건이긴 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에선 ‘한중일 조선 삼국지’ 얘기가 다시 나온다. 한국이 세계 1등이었던 일본의 조선업을 따라잡았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중국이 한국 조선업을 잠식해 들어올 것이란 우려다.

일본은 지난 1976년과 1987년 두차례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인력은 대거 빠져나갔다. 연구개발비용은 쪼그라들었고 ‘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조선사간 기술협력 합병이 줄을 이었다. 비용절감을 위한 선박 표준화는 발주처측의 요구사항을 모두 담기엔 부족했고, 이 빈틈을 기회로 활용해 2000년 초 한국조선업은 ‘세계 1위’가 됐다.

우연치 않게 한국 조선업 역시 지난해 ‘빅3’ 모두 정부가 주체가 돼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희망퇴직 등을 통한 감원도 꾸준히 진행됐다. 생산가능 선복량은 줄어들었다. 연구개발비 역시 크게 줄어 2014년 4805억원이었던 국내 조선3사의 연구개발비는 올해 상반기 106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허출원 건수도 크게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34건의 특허를 등록해 4년 연속 감소세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꾸준히 줄고 있다.

한편 이번에 계약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인도될 경우 세계최대 컨테이너선 선박 건조 기록은 중국 조선사가 가져갈 전망이다. 현재까지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올해 5월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2만1413 TEU급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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