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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광복절, 그러나②]땡깡ㆍ구라ㆍ센송…여전한 일본어 잔재
-日 어휘 3600개 아직도 사용…“정부ㆍ국민 무관심”
-온라인서 ‘조센진’ 등 한국인 비하 단어 난무 ‘심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직장인 이모(33) 씨는 얼마전 자주쓰던 단어인 ‘땡깡’의 의미를 알고 깜짝 놀랐다. 평소 이뻐하던 조카나 친한 동생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땡깡 좀 부리지마”라는 말을 썼는데 알고보니 전혀 다른 의미의 일본어였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생떼’를 뜻하는 땡깡은 ‘간질’을 뜻하는 일본어 ‘덴칸’(てんかん)에서 온 것이다.

이 씨는 “당연히 우리말이라고 생각하고 자주 써왔는데 간질을 뜻하는 일본어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아무 생각 없이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광복절 72주년을 하루 앞둔 가운데 우리 사회 곳곳에 일본어 잔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본어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이한섭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들어온 어휘가 무려 3600여개에 달한다. 단어 대부분은 ‘배달’, ‘노가다’, ‘납골당’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이 대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짓말을 뜻하는 ‘구라’가 58%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일본어 잔재 단어로 꼽혔다. ‘상처’를 뜻하는 ‘기스’가 40%, ‘멋’을 뜻하는 ‘간지’도 30%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어 잔재가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27%는 ‘국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답했고 ‘일본어 잔재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부족’이나 ‘정부의 무관심’이라고 답한 응답도 각각 26.6%, 26.1%에 달했다.

문제는 일본어 잔재 단어뿐만 아니라 한국인을 비하하는 일본어 단어인 ‘조센진’까지 흔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국인의 특정 행동을 비판하거나 스스로를 낮춰 부를 때 ‘조센진’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센진’에 ‘죄송’을 더해 ‘센송’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이는 ‘조센진이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으로 젊은이들이 자신의 자괴감과 열등의식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센송’은 지난 2014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해를 달군 최고의 유행어”로 꼽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언어 행태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10대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돼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글로벌 시대라고 칭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 습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올바른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언어생활이 어떤지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올바른 한국어에 대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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