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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상의 정치학②]손목ㆍ발목ㆍ괴물…명물인가, 흉물인가
-강남구청 ‘싸이 손목’ 4억 투입…여론 싸늘
-발목 동상 놓고 “당사자 등 큰 상처” 지적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요동안 껀듯하면 비석을 세운다. 동상을 만든다는 등 좋은 일인지 아닌지 간에 유행현상을 짓고 있다. 그래서 유행에 박자를 맞추고 다시 새로운 유행의 유행을 만들고 있다. 가령 동상을 건립하더라도 세심히 그 업적을 살피고 그 영향을 돌보아서 비로소 시작할 것이나 얄궂은 세상인지라 돈 있고 할 일 없는 분들이 우연으로인지 또 주위의 관계로서인지 문화사업에 다소의 투자처분이 아니면 명예를 하면 그 이튿날부터 동상 건설의 계획이 진행된다.”

1935년 8월 근대조각가 김복진 씨가 조선중앙일보에 남긴 글이다. 김 씨가 글을 남긴 일제강점기 이토 히로부미, 데라우치 마사타케 초대총독을 비롯한 일본의 정치인과 사업가 등 100여 개의 이상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졌다. 

그로부터 100여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동상은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졸속으로 세워지는 동상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강남 COEX 에 설치된 ‘손목‘ 동상 [사진=강남구청]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세운 ‘손목’ 동상은 가수 싸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춤 중 손목 모양을 본뜬 높이 5.3m 길이 8.3m의 동상은 제작 및 설치 비용으로 3억7780만원이 들었다. 강남구청 측은 손목 동상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당장 싸이부터 “과하다고 생각한다. 손만 해 놓은 것도 웃기다”고 했다. 강남구의회 여선웅 의원은 “싸이 측에서 동상 제작에 부정적이어서 완전한 말춤 동상을 제작할 수 없었다”며 “정상적이라면 포기해야 하는데 기어코 손목이라도 만들었다. 당사자와 의회, 주민도 반대했는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밀어붙였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라고 했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설치된 ‘발목’ 동상 [사진=국방홍보원]

‘발목’ 동상도 ‘그로테스크’ 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8월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김정원ㆍ하재헌 중사는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를 밟았다. 한 명은 우측 무릎 위, 좌측 무릎 아래가, 다른 한 명은 우측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2015년 12월 육군 1사단과 효성그룹은 이들의 전우애와 군인 정신을 기린다며 2억 원을 들여 기념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동상 제작 이후 절단된 신체, 잘려나간 발목을 2m 크기로 노골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동상 제막식에 의족을 한 군인을 초청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국방전문가 출신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군의 성의 없는 치료와 치료비 지원 행태를 겪은 군인과 그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괴물’ 동상 [사진=한강사업본부]

한강 수변공원에 위치한 ‘괴물’ 동상 역시 호된 비판을 받는다. 1억8000만원을 들여 2015년 1월 만들어진 이 동상은 2006년 흥행한 영화 ‘괴물’ 속 캐릭터를 형상화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10년 전에 나왔던 영화를 이제와서 동상으로 만든 것은 웃기다”는 반응이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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