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용역보고서 결과
“정치적 중립 확보” 전제
지난 촛불집회 당시 집회 참가 인원 집계 방식에 대해 경찰과 집회 주최 측 간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경찰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집회 규모를 줄여 발표한다고 비판했고 경찰은 집회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방식으로 추산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12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 1월 14일부터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의 용역을 받아 학계가 발표한 보고서는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다는 조건에서다.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성신여대 융합보안학과 연구팀이 용역을 맡아 작성한 ‘집회 시위 인원 산정방법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이 집회 관리를 위해 적용하는 ‘페르미 추정법’과 집회 주최측이 정치적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발표하는 ‘연인원 집계’ 모두 집회 참가 인원의 실제 숫자를 밝히는데는 한계가 있다.
경찰의 ‘페르미 추산법’은 집회 기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시점에 ‘단위면적 당 인원수’와 ‘집회 구역의 면적’의 곱으로 전체 집회 참가 인원을 추정한다. 경찰은 3.3㎡당 앉으면 5~6명, 설 경우 9~10명이 운집할 수 있다고 보고 전체 집회 구역의 면적에 곱해 전체 집회 인원을 추정해 왔다.
연구진은 이같은 방식에 대해 ▷최다 인원이 모이는 시점 ▷집회 시위 의 범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지만 광화문 광장 등과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는 쉽지 않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최측의 연인원 집계 방식에도 문제점이 있다. 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 승ㆍ하차인원 통계, 광장과 인접 도로나 공터, 지하도 등의 시민 분포 현황과 밀도, 통신 업체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산했다.
연구진은 연인원 집계 방식에 대해 “집회 시위의 전체 면적에 대해 모든 진입로에 대한 완벽한 통제 하에 유동인원이 정확히 계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사람이 중복 계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
그럼에도 보고서는 경찰이 집계하는 페르미 추정법을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본적으로 주최측은 집회의 규모가 시민들의 지지 여부로 해석돼 집회의 성공 여부에 직결되는 만큼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집회 시위 시 안전 관리 및 질서 유지를 위해 집회 규모를 추산할 땐 경찰력 투입 및 운용의 규모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소 유동인구나 집회와 상관 없이 현장에 존재하는 ‘우연한 참가자’를 제외하지 못하는 연인원 방식보다 ‘단위 면적 당 밀집도’를 측정하는 페르미 추정법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보고서가 전적으로 경찰을 두둔한 것은 아니다. 집회 주최 측과 시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풀 책임이 경찰에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경찰의 집회시위 참가인원 추산 결과 역시 경찰의 법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제고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보다 객관적이고 정치 중립적으로 집계함으로써 추산결과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