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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 강요에 윽박…트럼프, 정상들과 ‘문제적’ 통화 ‘파문’
-WP, 멕시코 대통령ㆍ호주 총리와 1월 통화 녹취록 입수
-트럼프, 멕시코 대통령에 “장벽비용 댄다고 하라” 거짓말 강요
-호주 총리엔 “당신과 통화가 가장 불쾌했다…푸틴과는 유쾌해”
-트럼프의 외교적 무능력, 이미지 정치 보여준다는 지적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멕시코, 호주 양국 정상과 통화한 내용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비용과 관련해 멕시코 대통령에 거짓말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양국 정상에 통사정하거나 겁박하는 등 태도로 외교적 무능력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1월 27일 통화,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1월 28일 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로써 막말에 가까운 언사가 오가며 ‘외교적 결례’ 비난을 샀던 호주 총리와 통화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WP가 입수한 녹취록은 백악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입수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AP]

1월 27일 통화의 핵심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이 멕시코 국경에 설치를 추진 중인 장벽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난 멕시코에 국경벽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며 “지난 2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왔다”고 말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멕시코가 비용을 댈 수 없다는 내 입장은 매우 확고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거절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언론에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언론이 그렇게 떠들어대면 나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비용 댈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면 당신들과 더이상 만날 생각이 없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니에토 대통령은 트럼프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이 장애물을 뛰어넘는 창조적 방법을 모색해보자”고 한발 물러섰다.

통화에 앞서 1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이미 서명했다. 결국 비용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상황에서 “멕시코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1월 28일 턴불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동맹국 관계가 무색한 불편한 통화가 이어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호주와 체결한 난민수용 합의를 “어리석은 거래”라고 깎아내리면서, 난민 수용으로 미국이 ‘투기장(dumping ground)’처럼 취급된다고 불평했다. 난민들을 가리켜 “5년 안에 보스턴마라톤 테러범 되는 것 아니냐. 2년 안에?”라는 등 막말도 내뱉았다. 전화를 끊기 직전엔 “오늘 하루종일 한 통화 중 가장 불쾌한 통화였다”면서 “푸틴과의 통화는 즐거웠다. 이건 우스꽝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WP는 이날 공개된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이웃, 동맹국에조차 미국의 적을 겨냥하듯 독설과 위협을 쏟아내는 외교적 접근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웃국가 멕시코, 동맹국 호주 정상에는 불평과 위협을 쏟아내면서, 적국 러시아 정상과의 통화는 ‘유쾌했다’고 긍정평가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공개된 대화가 트럼프 상반기 외교정책 진통의 한 사례라며, 세계 지도자들과 마찰에 따른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 고립 상황, 계속되는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 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턴불 총리와 통화에서 트럼프는 “나를 죽일 것”, “나를 끔찍하게 보이게 할 것” 등의 표현을 쓰며 난민수용 합의에 우려를 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과 대화하면서 캠프에서 내세운 공약과 관련된 정책이 자신의 국내 입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항상 의식한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가 국가 수장으로서 자신의 역할 완수하지 못할 수준까지 그의 이미지에 집착한다”고 일갈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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