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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리스트’ 사건 1심 재판장 마녀사냥 논란
-법원,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장이 라면도둑에 징역 3년 6개월 선고했다는 루머 사실 아냐”





[헤럴드경제] 지난 27일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판결을 선고한 재판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해당 재판장의 과거 판결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 낭설이 퍼졌고,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를 실어날랐다. 법원은 재판부를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인들의 명단을 만들어 정부 지원을 배제한 혐의(직권남용등)로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지원배제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위 블랙리스트 범행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 선고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재판장인 황 부장판사를 향한 비난글이 쏟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에 ‘황 부장판사가 배고픈 라면 도둑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 조윤선은 집행유예를 내렸다’는 비난글을 게시했다. 황 부장판사가 지난 2015년 분식점에 몰래 들어가 동전 2만 원과 라면 10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삽시간에 누리꾼들 사이에 ‘장발장 판사’라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일부 정치인은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 확산을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동문, 법조인끼리 감싸기, 그들만의 세상. 하늘도 분노하여 비를 내리는 듯 합니다. 헌법, 법률, 국가를 사유물로 여기는 자들. 조윤선 집행유예 황병헌 판사... 라면 훔친 사람에겐 징역 3년 6개월 선고’라는 글을 올렸다. 표 의원은 글을 올린지 2시간여 만에 “라면 판결이 이번 재판 황 판사의 판결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글을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법원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라면도둑 판결에 관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재판장은 (판결 시기로 특정된) 2015년도에 형사재판을 담당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판결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들의 구속 영장을 발부ㆍ기각하거나 판결을 선고한 재판장들이 누리꾼들의 비난대상이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조의연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한동안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는 루머에 시달렸다.

법조계에서는 누리꾼의 지나친 마녀사냥이 자칫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을 ‘봐주기 판결’한 것이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에 대한 가짜뉴스가 유통되고 비난이 거세져 자칫 재판장의 독립적 판단을 해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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