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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30년짜리 청구서…대통령의 임기는 ‘5년’
5년과 30년. 대한민국 공무원 중 가장 많은 월급을 받는 대통령과, 이제 막 출근한 9급 새내기 공무원의 임기다.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런 막강한 권력의 유효기간은 고작 5년이다. 이후 벌어지는 일은 또 다른 대통령들의 몫이다. 10년 전 하천관리를 잘못해 난 홍수도 현직 대통령 책임이고, 20년전 부실 공사로 벌어진 붕괴 사고 또한 책임은 오롯이 현직 대통령이 진다. 전임자 탓을 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구차하다”는 냉소 뿐이다.

2017년 대한민국 새 대통령은 최소한 30년을 혈세로 먹여살려야 하는 공무원 17만 4000명 증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는 수명 30년짜리 공무원을 늘릴 때 나오는 생색은 지금 대통령이 내지만, 그 부담은 몽땅 이후 6명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9급 공무원 한 명이 30년동안 받아가는 급여만 17억원에 달한다. 이것도 퇴직 후 받을 공무원 연금, 또 사무공간부터 교육까지 각종 간접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 채용하면 앞으로 30년간 327조원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신봉하는 현 정부에게 17만명 공무원 증원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일자리는 부가가치가 늘어나는 곳에 생기고, 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은 기업이기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을 뛰게 만들어야 항구적인 양질의 일자리도 나온다는 경제학 원리는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에게는 ‘답답한 일’일 뿐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많은 전문가, 또 일반인들은 가게의 소득을 반짝 올려 지출을 늘리고 이것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사상 초유의 소득주도 성장론 실험에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마치 부동산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하루에 수천만원 씩 뛰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처럼 말이다.

5년 전 SNS를 달구던 말이 있다. 득표율 51%로 당선됐지만, 80% 정도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유권자 절반이 넘는 ‘대통령을 뽑지 않은’ 국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는 내용이다. 이런 말을 했던 사람들이 지금 청와대에 있고 또 대통령을 만들었다. 지금 대통령은 득표율 41%,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국민 10명 중 7명은 ‘그를 뽑지 않은’ 사람이다.

지금의 국정 지지율을 퇴임 후, 역사책까지 가지고 가고 싶은게 대통령의 소망일 것이다. 역사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후대에게 평가받겠다는 욕심이 없다면, 욕받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어마어마한 돈과 정력까지 써가며 선거판에 나설 이유는 없다.

늘어나는 세금이 반갑지 않은 것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만의 마음은 아니다. 이제 막 태어나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자녀들도 세금 더 내기 싫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30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400조 원짜리 세금청구서를 받아든 후세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뻔한 일이다. 

choi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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