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이미지 탓 내용 부실” 비판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경찰이 신고상담전화인 110을 알리는 홍보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지만, 정작 자체 조사 결과 국민의 110 인식률은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파격성만 강조하다 보니 정작 내용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110 신고상담 전화에 관한 인식률 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국민의 110에 대한 인식률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떨어지는 곳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11.2%까지 올랐던 110 번호 인식률이 지난해에는 8.8%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100명 중 92명은 110 번호가 있는 줄도 모르는 셈이다.
신고자들이 110이 있는지조차 모르다 보니 잘못 신고하는 비율도 덩달아 올랐다. 110이나 182 등으로 신고해야 하는 긴급하지 않은 상담을 112로 전화해 다시 110으로 연결하는 비율은 지난해 19.5%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18.4%)보다도 1% 이상 오른 수치다.
경찰은 긴급신고 대응속도를 높이고자 지난 2015년부터 112와 110 홍보 활동을 계속해왔다. 신고상담ㆍ민원 전화인 110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한다. 특히 경찰청 홍보자문위원인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가 직접 포스터 등을 제작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의 경찰 홍보활동 인지율은 전년도보다 10% 가까이 오른 24.4%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110 홍보 효과는 전년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시민들의 관심은 끌었지만, 정작 내용 전달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차량에 부착하는 자석스티커와 주요 기관에 붙은 포스터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정작 무슨 홍보를 하는 건지 잘 모른다는 반응도 많았다”며 “대체로 주위의 시선을 끌 수 있어 현장에서는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의 설문조사 응답자 중에는 110과 112의 차이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전화 홍보를 위해 ‘112 신고 관련 홍보’ 명목으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3~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유명 광고 전문가에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작 홍보효과는 뒷걸음질치자 경찰 내부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에는 홍보 포스터가 남자 경찰과 여자 경찰 이미지로 채워져 ‘남녀차별’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해당 이미지를 교체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메시지 중심의 112 신고 홍보방안을 새로 짜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정식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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