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정운호(53)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수억 원 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59)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부장판사에게 징역 7년에 벌금 2억 원을 내린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에게 받은 중고 레인지로버 차량(SUV)을 몰수하고 1억 2600여 만 원을 추징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청렴과 공정성을 생명처럼 여기며 묵묵히 자기 길을 가던 법관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무너뜨렸고 사법부의 신뢰도 깨뜨렸다”며 김 전 부장판사가 받고 있는 알선수재 혐의의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
이어 ‘굶어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배 명예롭다’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김 전 부장판사를 꾸짖었다. 재판부는 “법관들은 가인 선생의 말씀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지켜왔지만 그걸 피고인이 깨버렸다”며 “법관들이 그동안 지켜왔고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이고 소중한 가치를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정 전 대표에게 시가 5000만 원 상당 레인지로버 차량을 포함해 총 1억 8124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가짜 화장품을 만들고 유통한 사건의 피고인들을 엄벌해주고 다른 법원에서 진행 중인 회사 관련 입찰보증금 추심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돈을 건넨 것으로 봤다. 또 정 전 대표가 자신이 연루된 원정도박 사건 재판부에 청탁해 주는 명목으로 현금을 건넸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부장판사가 청탁 대가로 1억 8124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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