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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에어콘 없는 여름…지하철 청소원들
“날씨가 덥지만 어쩔 수 없어요. 잠깐 쉴 때라도 에어컨이 있으면 좋겠지만 우린 용역이잖아요. 없어도 참아야지 뭐.”

서울의 기온이 32도로 치솟아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5일. 용산역에서 만난 한 청소원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흘렀다. 통풍조차 되지 않는 쓰레기 분리장에서 분리수거할 때는 체감 더위가 훨씬 심했다. 그러나 쓰레기 악취와 무더위와 씨름하는 이들의 땀을 닦아주는 것은 쉼터 내의 선풍기 뿐이다.

매일 7시간~9시간을 근무하는 지하철 청소원들은 보통 역 내에 마련된 근로자 쉼터에서 식사시간 1시간과 짧은 휴식 시간을 갖는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득한 플랫폼에서 늘 근무하는 이들에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나 쉼터에는 선풍기 한두대만 있을 뿐 에어컨은 꿈도 꾸지 못한다.

청소원 김모(59) 씨는 “전기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사용한다고 하니 따를 수 밖에. 우린 ‘을’이지 않냐”며 체념한 듯 말했다. 이어 “9년째 여러 지하철역에서 근무해 봤지만 에어컨이 있었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에어컨도 없이 무더운 날씨 아래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날씨보다 더 가혹한 것은 때로는 시민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인 경우도 있다.

최근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 절약’의 이유를 들어 경비원의 에어컨 사용을 막는 주민들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해당 아파트 동대표들은 “전기값이 아깝다”며 경비실의 에어컨을 비닐로 꽁꽁 싸맸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직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동대표들은 그제서야 비닐을 벗겨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했다. 최근 강원도 춘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경비실 4곳에 에어컨을 선물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항의 등 반대 여론도 전혀 없었다. 전문가들은 임금 수준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도 엄격한 차별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하철 역사 내 전동차 승강장은 폭염이 쏟아지는 외부보다 더 더울 때가 많다. 전동차를 기다리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용역’이라는 이유로 쉼터에서조차 에어컨 없이 무더위를 견뎌야만 하는 이들의 여름은 더욱 힘들기만 하다. 을도 인간다운 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있을텐데 말이다. 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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